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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혁명과 투자 (BM, CAPEX, 닷컴버블) 닷컴버블이 터졌을 때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틀렸던 건 그 믿음이 아니라 밸류에이션과 타이밍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AI 열풍은 그때와 얼마나 다를까요. 저는 이 질문에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쪽과 "결국 버블은 반복된다"는 쪽, 두 시각을 모두 가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BM의 유무, 혁명의 생존 조건2000년대 초, 저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막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팀장이 코스닥 IT 종목 보고서를 던지며 한마디 했습니다. "이 회사 어떻게 돈 벌어?" 사업계획서를 다시 읽어봤지만 수익 구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닷컴버블의 현실이었습니다.BM(Business Model)이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를 설명하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뭘.. 2026. 6. 1.
수출 데이터로 주식 투자하기 (수출입동향, 섹터분석, 주가수렴) 매월 1일 아침, 저는 애널리스트 보고서보다 먼저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를 엽니다. 수출입 동향 보도자료가 올라오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증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선배가 툭 던진 한마디가 지금도 귀에 맴돌 때가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 보기 전에 산자부 수출 자료부터 봐라. 거기서 다 나와."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1년쯤 지나서야 그 말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수출 데이터와 주가는 결국 수렴합니다. 이 글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씁니다.수출입 동향이 주가의 족보인 이유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달과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시점은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약간의 타임 랙(time lag), 즉 수출 증가 신호가 주가에 반영되기까지의.. 2026. 6. 1.
삼성·하이닉스 레버리지 (시장교란, 음의복리, 박스권전략) 좋은 종목에 레버리지를 쓰면 안전할까요? 저는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20년 넘게 금융 현장에서 봐온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가장 많이 다친 사람은 나쁜 종목을 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종목에 잘못된 구조로 들어간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 이후 시장이 보여주는 흐름이 딱 그 패턴입니다.레버리지 상장 직후 시장이 교란된 이유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지수로 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자마자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코스닥 중소형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바이오, 2차 전지까지 이틀 연속 초토화됐습니다. 상장 당일 해당 ETF 거래대금만 10조 원에 달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저는 이게 전혀 놀랍지 않았습니다. 새 금융 상품.. 2026. 5. 31.
에너지 슈퍼사이클 투자 (병목 구간, 수주 잔고, 전력 인프라) "원전이 많이 올랐다"는 말에 선뜻 매수 버튼을 못 누르고 계십니까. 저도 2023년 초에 딱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에너지 섹터가 눈앞에서 움직이는데, 막상 내 돈 앞에선 손이 얼어붙었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정리해 봤습니다.병목 구간을 먼저 찾아야 돈이 보입니다2023년 초, 팀에서 ESG 펀드 관련 보고서를 검토할 일이 있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정작 그 전기를 나르는 송전망과 변전 설비는 수십 년째 업그레이드가 안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때 저의 첫 반응은 "그래서?"였습니다. LS일렉트릭이 2만 원대, HD현대일렉트릭이 3만 원대였는데 저는 이 회사들을 "전통 제조업" 박스에 넣고 넘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쉬.. 2026. 5. 31.
국민연금 비중 상향 (전략적 자산배분, 운용 철학, 장기 앵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올렸습니다. 10년 만의 첫 상향입니다. 뉴스를 보는 순간 솔직히 속이 좀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래 기다린 변화가 드디어 시작됐다는 느낌이랄까요. 다만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지, 진짜 문제가 뭔지를 짚고 가지 않으면 이 변화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10년 만의 비중 상향, 왜 지금 이게 중요한가2014년, 저는 자산운용 관련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해 일본 GPIF(정부연금투자펀드)가 국내 주식 비중을 12%에서 단번에 25%로 올렸다는 소식이 들어왔을 때, 팀 안에서 짧은 토론이 붙었습니다. "우리 국민연금은 언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선배 한 명이 피식 웃으며 말했죠. "우리는 팔 때만 뉴스 나는 연금이잖아... 2026. 5. 30.
삼성전자 재평가 (메모리사이클, HBM공급망, 수급신호) 금요일 삼성전자가 7만 원대 위쪽 가격대를 다시 두드렸습니다. 저는 이 움직임을 보면서 2022년 하반기 기억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시장이 삼성전자에게 던지는 질문이 그때와 지금이 달라졌다는 걸, 이번엔 훨씬 빠르게 느꼈기 때문입니다.메모리 사이클 종목에서 AI 공급망으로, 질문이 달라졌다2022년 하반기, 팀 막내가 "팀장님, 삼성전자 지금 사야 하지 않나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좋은 회사인 건 맞아. 근데 지금 시장이 삼성전자한테 뭘 원하는지 모른 채로 사는 거랑, 알고 사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야." 그때 제가 우려했던 건 딱 하나였습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이클 종목으로만 평가받는 구간에서는, 업황이 꺾이면 주가도 같이 꺾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메모리 사이클이란.. 2026.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