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처음 IRP 계좌를 열었을 때는 안전자산 30%를 그냥 정기예금으로 채워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세액공제받으려고 만든 거니까 수익률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계좌 전체를 보니 아쉬움이 커졌습니다. 위험자산 70%는 나스닥 ETF로 꾸준히 수익이 나는데, 나머지 30%는 사실상 잠자는 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중 채권 혼합 ETF를 알게 됐고, 안전자산 구간을 전부 나스닥 100 채권혼합 ETF로 교체했습니다.
채권혼합 ETF로 주식 비중 85%까지 올리는 구조
IRP 계좌에서 안전자산 30%를 채권 혼합 ETF로 채우면 전체 주식 비중을 법정 한도인 70%보다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채권혼합 ETF란 주식과 채권을 일정 비율로 섞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면서도 성장성을 확보한 상품을 의미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예를 들어 위험자산 70%를 나스닥100 ETF로 채우고, 안전자산 30%를 나스닥 100 채권혼합 50 ETF로 채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계좌 전체 기준으로 주식 비중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 위험자산 70% 전부 주식
- 안전자산 30% 중 절반(15%)이 주식
- 합계: 70% + 15% = 85%
실제로 제가 이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 이후 계좌 수익률이 6~7%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안전자산을 유지하면서도 전체 주식 비중이 자연스럽게 80% 이상으로 올라간 구조가 효과를 본 겁니다.
2023년 말 퇴직연금 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주식 비중이 높은 채권혼합형 ETF 시장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2022년 말 약 2조 5천억 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가 2025년 6월 기준 5조 5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특히 올해만 약 3조 원 가까운 자금이 새로 유입됐죠. 이는 단순히 세액공제만 받으려던 보수적 투자자들이 점점 적극적 운용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채권혼합 ETF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나스닥 100 계열입니다. 에이스 미국 나스닥100 미국채 혼합 50 액티브는 순자산 규모가 약 4,400억 원으로 가장 크고, 실질 비용은 0.291%입니다. 주식 비중은 약 45%로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표 성장주 수익성을 가져가면서도 미국 단기 국채로 변동성을 완충합니다. 타이거 나스닥100 채권혼합은 순자산 약 2,800억 원대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지만, 주식 비중이 34% 수준으로 낮아 최근 1년 수익률은 7.17%에 그쳤습니다.
올해 상장한 상품들 중에서는 원큐 미국 나스닥 미국채 혼합50 액티브가 눈에 띕니다. 액티브형인데도 실질 비용이 0.05%로 오늘 정리한 ETF 중 가장 저렴하고, 주식 비중은 약 45%입니다. 상장 두 달 만에 수익률 7.13%를 기록하며 순자산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과 양호한 성과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 같습니다.
S&P500 계열과 개별 종목 혼합형 선택 시 주의점
S&P500 채권혼합 ETF도 선택지가 넓습니다. 에이스 미국 S&P 미국채 혼합 50 액티브는 2022년 8월 상장해 순자산 규모가 약 6,500억 원으로 가장 크고, 실질 비용은 0.2431%입니다. 여기서 S&P500이란 미국 대표 기업 500개를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담은 지수를 의미합니다. 나스닥100보다 업종이 더 분산되어 있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원큐 미국 S&P500 미국채 혼합50 액티브는 지난 6월 상장 이후 순자산이 1,500억 원을 넘어섰고, 실질 비용은 0.15%로 매우 저렴합니다. 상장 이후 수익률은 16.01%로 양호하며, 배당 수익률은 0.46%입니다. 낮은 보수와 연금 계좌 특화 포지셔닝이 성공 요인으로 보입니다.
솔 미국 S&P500 미국채혼합 50은 유일한 월배당 상품입니다. 순자산 규모는 360억 원 수준이고 실질 비용은 0.5034%로 다소 높지만, 매달 분배금을 받고 싶은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개별 종목 채권혼합 ETF는 변동성 리스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에이스 엔비디아 채권혼합은 순자산 2,500억 원이 넘는 대형 ETF로 실질 비용이 0.156%로 저렴하고, 주가 상승에 무게를 둔 구조입니다. 반면 플러스 애플 채권혼합은 순자산 약 200억 원 규모로 상대적으로 작고, 배당 캐시플로우 강점이 있는 성장 안정주 성격입니다.
테슬라 계열로는 타이거 테슬라 채권혼합 Fn과 코덱스 테슬라 커버드콜 채권혼합 액티브가 있습니다. 타이거는 테슬라 약 30%에 국채 70%로 구성된 전형적 혼합형이고, 실질 비용은 0.39%입니다. 코덱스는 테슬라 20%, 테슬라 커버드콜 ETF 10%, 국내 채권 70%로 짜여 있으며, 연 15%에 육박하는 배당률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커버드콜이란 보유 주식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받는 전략을 의미하는데, 주가 상승 여력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안정적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솔 팔란티어 미국채 커버드콜 혼합은 상장 이후 수익률이 33.69%로 오늘 정리한 ETF 중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팔란티어 같은 개별주는 3~40% 빠질 수 있는 리스크가 그대로 존재하고, 채권이 그 낙폭을 완전히 막아주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IRP 계좌 전체 기준으로 이런 종목 혼합형 비중을 너무 키우지 않고, 지수형 혼합 50과 섞어 쓰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테마별로는 타이거 미국테크 TOP10 채권혼합이 대표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대표 테크주에 최대 40~45% 수준까지 담고, 나머지는 국채 지수에 연동되는 채권에 투자합니다. 순자산 규모가 3,400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 1년 수익률은 12.69%입니다. 솔 미국 TOP5 채권혼합 40 Solactive는 구글 클래스 A,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다섯 개 기업을 압축해서 담고, 지난 1년 수익률은 14.53%입니다.
실제로 제가 채권 혼합 ETF를 도입한 후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계좌 전체의 체질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기존보다 수익이 더 잘 따라왔고, 조정 구간에서는 채권 비중 덕분에 낙폭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예금으로 채워두던 과거가 더 비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물론 단일 종목형 ETF는 변동성이 커서 일부만 담고, 대부분은 지수형 혼합 ETF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IRP는 더 이상 보수적인 계좌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설계하면 충분히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