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만 되면 계좌가 흔들렸던 고객이 있었습니다. 2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그분처럼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 자책하는 분들을 꽤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문제는 종목 선정이나 타이밍 감각이 아니었습니다. 9월이라는 달 자체에 구조적으로 새겨진 계절성, 그리고 AI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성장 기업들의 논리를 모르는 것이 더 큰 원인이었습니다.

9월 약세장의 계절성, 알고 나면 공포가 아니다
몇 년 전에 상담했던 한 고객분이 있었습니다. 매해 9월이면 계좌가 꼭 한 번씩 흔들렸고, 그때마다 "제가 잘못 판단한 걸까요?"라고 물어오셨습니다. 제가 처음 그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저도 명확한 설명을 못 드렸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통계를 직접 살펴보고 나서야 제대로 답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나스닥과 S&P500의 월별 평균 수익률을 장기 시계열로 쭉 뽑아보면,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달이 9월입니다. 이걸 계절성 효과(Seasonality Effect)라고 부릅니다. 계절성 효과란 특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시장 수익률의 편향 패턴을 말하는데,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이 뒤에 깔려 있습니다.
그 구조적 원인 중 하나가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Fiscal Year) 마감입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9월 30일에 끝납니다. 월급날 직전 한 주가 가장 팍팍하듯, 회계연도 말에는 정부 곳간이 가장 비어 있는 시기입니다. 만성 재정 적자 구조인 미국 정부 입장에서 9월은 재정적 여력이 가장 줄어드는 달이고, 이것이 시장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 하나는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를 앞둔 정치적 노이즈입니다. 짝수 해에는 대선 아니면 중간선거가 열리는데, 특히 중간선거 해에 9~10월 증시가 유독 불안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각국과의 무역 갈등이나 이념 대립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시장 심리를 흔드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제가 고객분께 드렸던 말이 이겁니다. "예측 가능한 변동성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계획의 대상입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도 2008년 9월 15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달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다만, 9월이 항상 빠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계절성 패턴을 과거 통계에 기반한 경향성으로 이해하는 것은 유효하지만, 이를 매년 반드시 재현되는 법칙처럼 받아들이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9월 조정을 활용하라"는 원칙은 어디까지나 심리적 준비와 분할 매수 전략의 근거로 삼을 때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나스닥·S&P500 장기 통계에서 9월은 유일하게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달 (출처: NASDAQ Historical Data)
- 미국 연방정부 회계연도 마감(9월 30일)에 따른 재정 여력 축소
-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과 무역 갈등 이슈 부각
-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9월 15일), 2022년 잭슨홀 충격 이후 9월 저점 등 역사적 사례
앤트로픽, 왜 지금 이 회사를 주목하는가
예전에 한 방송에서 미국 주식 전문가가 엔비디아를 집요하게 얘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래픽 카드 회사가 얼마나 크겠어"라고 생각하며 흘려들었고, 그 이후의 결과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그래서 요즘 앤트로픽(Anthropic) 이야기를 들을 때 그 기억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제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회사를 제대로 뜯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앤트로픽의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칼텍·스탠퍼드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린스턴에서 생명물리학으로 박사를 마쳤습니다. 오픈 AI 재직 시절에는 GPT-2, GPT-3 개발을 주도했고, AI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로 꼽히는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을 실증적으로 밀어붙인 인물입니다. 스케일링 법칙이란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를 더 많이 투입할수록 모델 성능이 예측 가능하게 향상된다는 원칙으로, 2019년 당시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아모데이가 이를 실제로 증명해 낸 셈입니다.
창업 배경에는 개인적인 상처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희귀병으로 돌아가셨는데, 몇 년 후 그 병의 치료율이 50%에서 95%까지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술을 더 빨리 발전시켰다면"이라는 마음이 이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입니다. 이 배경이 단순한 스토리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앤트로픽이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라는 바이오 특화 AI 서비스를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생명 물리학을 직접 연구했던 CEO가 해당 분야 인수합병의 진위를 판단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숫자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연환산 매출(ARR, Annualized Recurring Revenue)이란 월 매출에 12를 곱해 연간 매출 규모를 추산하는 지표인데, 앤트로픽의 ARR이 작년 말 기준 90억 달러에서 올해 7월 기준 650억 달러로 약 7배 늘었습니다. 이 성장의 핵심은 코딩에 집중한 클로드 코드(Claude Code)였습니다. 제가 개발자 출신 지인들을 만나보면 "이제 내 직업은 바뀌겠구나"라는 말을 실제로 듣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이미 도입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출처: SEC EDGAR 기업 공시 참고)
"세계 시가총액 1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은 물론 낙관적 시나리오입니다. ARR 성장률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2,400억 달러의 연매출을 추산하는 방식은 성장 둔화나 경쟁 심화 같은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저도 이 부분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 인재 이직 흐름이 앤트로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성적 신호는, 20년 넘게 기업 분석을 해온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회사에는 좋은 인재가 먼저 모입니다.
성장호르몬 주사와 청소년 평균 신장, 투자 아이디어로 이어질까
요즘 중학생들을 보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도 분명히 다릅니다. 그냥 크다 싶은 게 아니라, 예전엔 성인 남성 기준이었던 신장이 지금은 중학생 평균에 근접합니다. 실제로 최근 병무청 신체검사 기준 남성 평균 신장은 174.5cm에 달하는데, 제가 신검을 받던 1990년대 후반엔 175cm이면 꽤 눈에 띄는 키였습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 사이 남학생들의 키가 최근 약 6~7cm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현상의 배경 중 하나로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 GH) 주사의 보급 확대가 거론됩니다. 성장호르몬이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신체 성장과 세포 재생을 조절하는 펩타이드 호르몬으로, 분비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문제는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이 주사가 치료 영역을 넘어 일종의 키 성장 보조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중국 역시 최근 청소년 평균 신장이 급격히 올라와 아시아권에서 한국과 함께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는데, 현지에서 성장호르몬 관련 의약품이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이 배경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성장호르몬 주사는 한 달 비용이 100만 원에 육박하고 지속적으로 맞아야 하는 특성상 미국에서는 수천만 원대에 이를 만큼 비쌉니다.
다만 이 주제를 투자 아이디어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없는 아이에게 외부 투여를 해봤자 부작용만 있고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는 의학계의 시각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 평균 신장 증가가 성장호르몬 주사 덕분인지 영양 개선과 생활수준 향상 덕분인지 인과관계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당장 투자 판단의 근거로 삼기보다는, 바이오와 헬스케어 섹터에서 앞으로 어떤 수요가 커질지를 가늠하는 사회적 트렌드 신호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9월에는 무조건 주식을 팔아야 하나요?
A. 제 경험상 "무조건"은 없습니다. 9월 약세장은 과거 통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성이지 매년 보장된 법칙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패턴을 알고 있다면 조정 구간을 분할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더 현실적입니다. 계절성 효과를 공포의 근거가 아니라 계획의 근거로 쓰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앤트로픽은 지금 상장된 회사인가요?
A. 현재 앤트로픽은 비상장 기업입니다. 시장에서는 기업 가치를 약 2조 달러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공식적인 상장 가격이나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당장 투자 가능한 종목이어서가 아니라, AI 산업 전반의 흐름을 읽는 데 이 회사의 행보가 중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Q. 연환산 매출(ARR)이 뭔가요? 일반 매출이랑 다른 건가요?
A. 연환산 매출(ARR, Annualized Recurring Revenue)은 가장 최근 월 매출에 12를 곱해 연간 규모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구독형 소프트웨어처럼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을 평가할 때 많이 씁니다. 실제 연간 매출이 아니라 현재 성장 속도를 연 단위로 가늠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성장이 둔화되면 실제 매출은 이 수치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Q. 성장호르몬 주사가 실제로 키 성장에 효과가 있나요?
A. 의학적으로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실제로 부족한 경우에는 치료 효과가 인정됩니다. 그러나 정상 분비가 이루어지는 아이에게 외부에서 추가 투여해도 의미 있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현재 의학계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므로 구체적인 의학 판단은 소아과나 내분비과 전문의에게 확인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결론
이 방송을 보면서 제가 오래전부터 고객들께 드렸던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흔들림의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심리는 완전히 다릅니다." 9월 계절성이든, 앤트로픽의 성장 논리든, 이 구조를 이해하고 있다면 같은 변동에도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정리하면, 이번에 다룬 세 가지 주제는 각각 "예측 가능한 변동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AI 산업의 다음 단계를 어디서 볼 것인가", "사회 변화가 투자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됩니다. 제가 이 방송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결국 9월 조정기를 공포가 아닌 계획의 시간으로 바꾸는 프레임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계속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