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번 6~7월 조정이 이 정도 규모일 거라고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온다는 건 알았지만, 외국인 동반 매도까지 맞물릴 거라는 부분은 제가 충분히 무게를 두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조정을 보면서 2022년 2월 새벽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날, 선물 시장이 -3%를 넘어가던 그 새벽처럼 — 원인이 보이는 조정은 두려운 게 아니라 오히려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기회라는 것, 그 경험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조정 원인: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이번 조정을 두고 "시장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는데, 제가 보기에 이건 추세 붕괴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예고된 변동성이었습니다. 원인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실제로 꽤 명확하게 설명이 됩니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Rebalancing)입니다. 여기서 리밸런싱이란 자산 배분 비율이 목표치를 벗어났을 때 이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작업을 말합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하면 매도를 통해 비중을 낮춥니다. 올해의 경우 6월부터 사전적 매도가 시작됐고, 7월 들어 본격적인 매도세로 이어졌습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방향성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이 됩니다.
두 번째는 레버리지 ETF(Exchange Traded Fund)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레버리지 ETF란 기초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증폭시키지만 하락장에서는 낙폭도 그만큼 커집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되면서 이 두 종목으로 자금 쏠림이 심화됐고, 이 종목들이 흔들리자 코스피 전체가 연동돼 흔들리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 쏠림 효과는 지수 변동성을 눈에 띄게 키웠습니다.
세 번째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인데, 바로 AI 수익화 지연 우려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투자 심리 변화입니다. 하이퍼스케일러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초대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이 반도체 수요를 견인해 왔는데,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설비 투자 둔화 우려가 커졌습니다. 거기에 중국 AI 모델 경쟁까지 가세하면서 미국 AI 업계의 지배력에 의구심이 생겼고, 이게 반도체 기업 실적 발표날 오히려 주가가 빠지는 기이한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 떨어지는 그 날들, 시장이 이미 다른 걸 보고 있었던 겁니다.
- 국민연금 리밸런싱: 6월 사전 매도 → 7월 본격 매도, 방향성을 아래로 고정
- 레버리지 ETF 쏠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 코스피 변동성 증폭
- AI 수익화 지연: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심리 위축 → 반도체 섹터 전반 조정
- 외국인 동반 매도: 국민연금 매도와 겹치며 낙폭 확대
재정 확대: 8월 유동성 장세의 근거와 빠진 전제
이 조정이 8월을 기점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시나리오의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입니다. 2026년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선거를 앞둔 정권이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는 건 역사적으로도 반복된 패턴입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통과시키며 부채한도를 대폭 증액했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재정 지출로 풀 여지가 생겼습니다 (출처: 미국 재무부 Fiscal Data).
여기서 재정정책(Fiscal Policy)과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의 구분이 중요합니다.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려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이고, 재정정책이란 정부가 직접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조정해 경기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번 시나리오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유동성 공급에 기댄 논리입니다.
여기까지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시나리오에서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미·중 관계의 안정성입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관세가 완화되고 중국산 생필품 수입이 늘면서 물가가 눌린다는 논리인데,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협상을 정치적 카드로 써왔습니다. 언제든 다시 관세를 높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물가 억제 시나리오 전체가 흔들립니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5~7월 역대급으로 늘었다는 건 맞는 데이터지만, 이 흐름이 하반기 내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출처: 미국 인구조사국 무역통계).
또 하나, 제가 직접 숫자를 들여다보면서 걸렸던 부분은 국채 발행 확대의 역설입니다. 재정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는데, 국채 공급이 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시장 금리가 올라갑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의 밸류에이션(Valuation), 즉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높아져서 주가가 오히려 눌릴 수 있습니다. 유동성이 늘어나는 동시에 금리도 올라가는 상황이라면, 그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그대로 흘러들어온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8월 이후 시장을 볼 때 제가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볼 변수입니다.
투자 전략: 원인이 보이는 조정을 대하는 법
2022년 2월 새벽, 팀원들이 "지금 팔아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제가 한 대답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터졌다고 팔면, 전쟁이 끝날 때 살 용기가 있어야 해." 결국 그날 끝까지 버틴 사람들은 두 달 뒤 회복을 경험했습니다. 이번 6~7월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공포로 팔았다면, 8월의 회복 구간에서 살 기준이 없어집니다.
원인이 보이는 조정은 공부할 수 있는 조정입니다.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언제 끝나는지, 외국인 매도가 언제 전환되는지, AI 수익화 우려가 어떤 데이터로 확인되는지 — 이 변수들을 추적하면 조정의 끝을 가늠하는 기준이 생깁니다. 제가 실제로 이번 조정 기간 동안 해온 작업이 이겁니다. 매일 아침 외국인 순매수 데이터를 확인하고, 7월 실적 발표 시즌에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즉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발표가 나왔음에도 주가가 빠지는 패턴이 반복되는지 체크했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두고 싶은 건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의 온도 차입니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 금리가 자극을 받고 있는 반면, 미국은 실질 기준금리가 이미 높아 상대적으로 완화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투자자 관점에서 솔직히 말하면, 이 국면에서는 한국 시장보다 미국 시장이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 다른 국가 시장이 흔들릴 때도 미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현상 — 가 이번 조정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물론 이 판단이 틀릴 수 있습니다. 8월 이후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미·중 무역 기조, 연준의 스탠스, 실제 물가 데이터, 국채 금리 방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제가 지금 가져가는 태도는 "확신"이 아니라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준비하되, 반대 시나리오에 대한 경계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민연금 리밸런싱은 언제쯤 마무리되나요?
A.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은 목표 비중과 실제 비중의 괴리가 좁혀질 때 자연스럽게 마무리됩니다. 7월까지 본격 매도가 진행됐다면, 이후 매도 강도는 점차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다만 정확한 시점은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인 순매수 전환 여부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8월에 진짜 유동성 장세가 오는 건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유동성 장세가 실제로 열리는지 확인하려면 미국의 재정 지출 집행 속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여부, 그리고 미·중 무역 협상의 안정성을 동시에 체크해야 합니다. 특히 시장 금리가 국채 발행 확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핵심 확인 지표라고 봅니다.
Q. 레버리지 ETF를 지금 들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레버리지 ETF는 일일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기 때문에, 횡보장이나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금이 감소하는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를 변동 손실(Volatility Decay)이라고 합니다.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국면에서는 장기 보유보다 방향성이 명확해질 때까지 비중을 낮추거나 진입 시점을 신중히 조율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이 판단은 개인의 리스크 감내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전문 금융 상담사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Q. 한국 주식 대신 미국 주식을 사야 한다는 건가요?
A. 구조적으로 한국은 금리 인상 기조, 미국은 상대적 완화 기조라는 점에서 지금 국면의 환경이 미국 시장에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는 절대적인 답이 아니라 현재 조건에서의 상대적 판단이고, 환율 리스크·세금 구조·개별 종목 특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 옳다는 단순 결론보다는 두 시장의 환경 차이를 인식하고 비중을 조절하는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6~7월 조정은 무작위로 온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레버리지 ETF 변동성 증폭,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수익화 우려, 외국인 동반 매도가 맞물린 구조적 조정이었고, 원인을 알면 언제 끝날지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게 이 장세를 버티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8월 이후 재정 확대 유동성 장세 시나리오는 충분히 근거가 있지만, 미·중 무역 기조의 지속성과 국채 발행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이라는 두 변수를 반드시 병행 점검해야 합니다. 제가 앞으로 이 두 지표를 가장 먼저 살펴볼 예정입니다. 방향을 잡고 준비하되, 시나리오가 틀릴 때의 대비책도 함께 가져가는 것 — 그게 지금 국면에서 제가 취하는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