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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DB·DC 전환 (DB·DC 선택, 임금인상률, 운용전략)

by 신연금연구 2026. 6. 4.

DC형으로 전환한 뒤 2년을 정기예금에 방치한 사람을 직접 봤습니다. 그것도 제 팀원이었습니다. 임금 인상률이 4%인 회사에서 예금 금리 1.2%짜리 상품에 돈을 묶어 두고 있었으니, 전환 전보다 실질 퇴직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을 스스로 만든 셈이었습니다.

퇴직연금 DB형 확정급여형과 DC형 확정기여형의 차이점과 전환 방법을 정리한 비교 안내

DB·DC 선택의 기준은 '임금 인상률'입니다

2019년 봄, 팀원 한 명이 긴장한 얼굴로 제 자리에 왔습니다. 회사에서 DC형 전환 동의서가 내려왔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딱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회사 임금 인상률이 얼마냐, 그리고 그것보다 높은 수익을 낼 자신이 있냐고요. 그 친구는 잠깐 멈칫하더니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바로 말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DB 그대로 있어."

그런데 며칠 뒤, 그 친구는 동의서에 도장을 찍고 왔습니다. 함께 밥 먹던 선배가 "DC 전환하면 ETF 살 수 있어서 좋다더라"라고 했다는 겁니다. 저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ETF가 좋다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당장 어떻게 운용할지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전환부터 해놓으면, 돈은 그냥 기본 예금에 잠자게 됩니다.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확정급여형(DB)은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급여에 근속 연수를 곱해 지급 금액이 결정됩니다. 여기서 DB란 Defined Benefit, 즉 미래에 받을 퇴직급여가 미리 정해진 구조를 의미합니다. 회사가 자금을 운영하고 운용 결과와 무관하게 근로자에게 법정 퇴직금을 지급하므로, 운용 책임은 온전히 회사에 있습니다.

반면 확정기여형(DC)은 Defined Contribution, 즉 회사의 기여금이 확정된 구조입니다. 회사는 매년 연봉의 12분의 1을 근로자의 DC 계좌에 입금하고, 그 이후 운용은 근로자가 직접 해야 합니다. 운용 수익이 좋으면 퇴직급여가 늘어나지만, 반대로 손실이 나면 그 손실도 고스란히 근로자 몫입니다.

DB와 DC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연간 임금 인상률이 높고 장기근속이 가능한 직장(대기업, 공기업, 호봉제 적용 직장)이라면 DB가 유리합니다.
  • 임금이 거의 동결되거나 상승폭이 낮은 직장에서는 DC로 전환해 직접 운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 운용 경험이 전혀 없거나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할 자신이 없다면, DC 전환을 보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제로 계산해 보면 이 차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2000년에 월급 200만 원으로 입사해 2023년 퇴직 시점에 474만 원을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DB형이라면 퇴직급여는 1억 91만 원으로 계산됩니다. DC형은 매년 임금의 12분의 1이 계좌에 입금되고, 운용 수익률이 임금 인상률과 동일한 연 4% 일 때 동일하게 1억 91만 원이 나옵니다. 그런데 수익률이 4%에 못 미치면 DB보다 적게 받고, 반대로 7%를 꾸준히 달성하면 4천만 원 이상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임금 인상률이 기준점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원리금 보장 상품 비중이 전체의 84%를 넘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즉 대부분의 DC 가입자가 적극적인 운용 없이 예금 또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DC로 전환했지만 DB처럼 방치하고 있는 셈이죠.

DC를 선택했다면 운용 전략이 먼저입니다

제 팀원이 2021년 즈음에 DC 계좌 수익률을 얼핏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2년 동안 정기예금에만 넣어 뒀는데, 당시 금리가 1.2%대였으니 사실상 방치나 다름없었습니다. 같은 기간 DB에 그대로 있었다면 임금 인상분이 퇴직급여 계산에 그대로 반영됐을 텐데, DC로 넘어오면서 오히려 손해를 본 케이스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환 결정"은 했는데 "운용 계획"이 없었던 것이 문제의 전부였습니다.

DC형을 선택하거나 이미 전환한 분들에게 제 경험상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비중을 정하는 일입니다. 여기서 안전 자산이란 원금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정기예금을 말합니다. 채권을 안전 자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단기채는 그렇다 쳐도 중장기 채권은 금리 변동에 따른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완전한 안전 자산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습니다. 위험 자산으로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ETF가 가장 기본적입니다. ETF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특정 지수나 자산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비중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퇴직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다르게 가져가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안전 자산 80%, 위험 자산 20%를 기초 운용 방식으로 제안하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이 숫자를 나이와 상황 구분 없이 그대로 적용하는 건 위험하다고 봅니다. 30대 초반에 80%를 예금에 묶어두면 장기 복리 수익의 기회를 상당히 날리게 됩니다. 반대로 퇴직이 5년 이내로 가까운 분이 위험 자산 비중을 20%만 줄이는 것도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퇴직 직전에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 쌓아온 자산이 한꺼번에 줄어드는 충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수익률 비교 공시를 보면, 장기적으로 원리금 보장형과 실적배당형(운용형) 간 수익률 격차는 누적될수록 크게 벌어집니다(출처: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초반에 운용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IRP 계좌로 퇴직금이 넘어온 뒤에도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됩니다.

리밸런싱도 중요합니다. 리밸런싱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자산 비중을 처음 설정한 비율로 다시 맞추는 과정입니다. 1년에 한 번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올 때 전체 잔액을 다시 정해둔 비율로 재배분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운용 관리가 됩니다. 이것조차 안 하는 것이 "방치"이고, DC를 선택하고 방치하는 것은 DB보다 나쁜 선택이 됩니다.

DC형 퇴직연금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전환 결정 전에 운용 계획을 먼저 세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임금 인상률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그것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미리 공부한 뒤에 전환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DC 전환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도장을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운용 자신이 없다면 DB에 머무는 것이, 제 경험상 가장 솔직한 선택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퇴직연금 제도 선택은 개인의 근무 조건과 재정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중요한 결정 전에는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M0CuHSn0c3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