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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 급락, 나는 왜 오늘도 안 팔았나

by 신연금연구 2026. 6. 23.

오늘 장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막상 장이 열리고 보니 코스피가 4%대, 코스닥이 5% 가까이 밀리면서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점심 전에 후배 직원한테서 전화가 세 통 왔다. "팀장님, 지금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매번 같은 말을 한다. "이유가 뭔지부터 봐."

오늘 하락에 뚜렷한 이유는 없다. 아시아 증시 평균 낙폭은 1% 안팎이었고, 우리가 유독 4~5%씩 빠진 건 세계적 공포 때문이 아니다. 외국인·기관 리밸런싱, 반기말 윈도드레싱, ETF와 레버리지의 연쇄 프로그램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결과다. 실적 훼손? 없다. 반도체 수요 이상? 증거 없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였다.

 


급락장마다 반복되는 패턴, 이번도 같다

20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이런 무차별 하락은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유가 너무 많아서 생긴다는 거다. 밤사이 미국 기술주 조정, 금리 관련 노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금리 세 번 인상 가능성 보고서까지 겹쳤다. 근데 솔직히 그 보고서 하나 때문에 4%씩 빠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연준 점도표도 기껏해야 연말 한 번 올리고 내년엔 내리는 방향인데.

오늘처럼 주도주부터 무차별로 두들겨 맞는 날에는 멀쩡히 안 오르고 있던 종목들까지 같이 빠진다. 억울하다. 떠들지도 않은 애가 단체 기합 맞는 느낌이랄까. 근데 이게 프로그램이다. ETF, 레버리지가 연동돼서 같이 쓸려가는 구조다. 이게 멈추고 나면 반대로 같이 튀어 오르기도 한다.

주식 투자 심리 사이클 - 급락장 손실 회피 심리와 과잉 매도 행동 패턴
주식 투자 심리 사이클 - 급락장 손실 회피 심리와 과잉 매도 행동 패턴


반도체는 지금도 뚫고 가고 있다

하이닉스가 HBM4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범용 D램으로 무게중심을 옮긴다는 소식이 나왔다. 일부에선 악재로 읽더라. 나는 반대로 봤다. 범용 D램 영업이익률이 90%에 육박한다는 건 그쪽 시장도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다. HBM이냐 범용이냐를 놓고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선택지다. 2027년까지 이 흐름이 이어진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추격론은 7~8년 전에도 똑같이 나왔다. 근데 핵심은 중국이 최첨단 노광 장비를 못 쓰고 있다는 거다. 미국이 막고 있어서다. 이 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추격 속도는 이론에 머문다.

 


코스닥 프리미어 리그, 미뤄질수록 손해다

오늘 개인적으로 더 불편했던 건 시장 하락보다 코스닥 개편 논의가 또 늦춰진다는 얘기였다. 여론 수렴이라는 이유로 6개월 이상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바이오 업종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말은 맞다. 수익성 지배구조 요건을 일률 적용하면 R&D에 돈 쏟아붓는 바이오는 거의 편입이 안 된다.

그런데 민원을 다 들을수록 정책은 둥글둥글해지고,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비슷해진다. 자산시장 정책이 진짜 효과를 내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시점, 그리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내용. 지금 나오는 얘기는 일본 거래소 개편을 그대로 따라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반도체 외 섹터로의 수급 이동은 더 늦어지고, 코스닥은 계속 구경만 한다.


오늘 같은 날, 나는 계좌를 닫는다

20년 하다 보면 안다. 오늘처럼 이유가 불분명한 무차별 하락은 추세가 되는 경우가 드물다. 실적 시즌이 다가오는 시점에 주가가 먼저 빠지면, 실적 발표가 오히려 기회가 된다. 오늘 개인들이 매수에 나선 것도 그 학습의 결과다.

손실 회피 심리는 본능이다. 같은 5%라도 오를 때보다 떨어질 때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 과잉 행동이 나온다. 팔지 않아도 될 걸 팔고, 바꾸지 않아도 될 걸 바꾼다. 내가 오래 강조해온 원칙은 하나다. 오르는 주식은 팔지 말고, 빠질 때는 손절 기준을 미리 정해둬라. 방향성을 갖되, 심리에 끌려다니지 마라. 오늘 나는 계좌를 닫고 점심을 먹었다.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