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단 몇 주 만에 20% 넘게 빠지던 날, 저는 점심시간에 시세 앱을 서너 번 열었습니다. 20년 넘게 금융권에 있어도 그 손은 막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막상 그 시기를 버텨낸 건 예측이 아니라 그냥 가만히 둔 쪽이었습니다. TSMC 3분기 실적과 외국인 수급 전환을 함께 짚으면서, 지금 이 시장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정리해봤습니다.

TSMC 실적이 반도체 주에 보내는 신호
TSMC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매출액과 주당순이익(EPS)이 모두 예상치를 상회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7% 급증하며 6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58.7%로, 회사가 스스로 제시했던 가이던스 58%도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EPS란 기업이 한 주당 얼마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쉽게 말해 주주 입장에서 "내 주식 한 주가 이번 분기에 얼마를 벌었나"를 보여주는 지표로, 실적 발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숫자입니다.
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전분기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를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2026년, 2028년 설비 투자 계획까지 최근 3년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한 분기 잘 나왔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첨단 반도체 수요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공급망 전체의 신호로 읽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 밸류체인 안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밸류체인이란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이어지는 전체 공급 및 가치 창출 과정을 뜻합니다. TSMC가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맡고,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TSMC 실적이 좋으면 이 사슬 전체의 수요가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출처: TSMC Investor Relations).
외국인 수급이 돌아서는 순간
제가 시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외국인 순매수 흐름입니다. 지수나 종목 가격보다 수급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직후부터 외국인이 조금씩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건 작지 않은 변화였습니다.
자사주 매입이란 기업이 시장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행위입니다. 주가를 떠받치는 효과가 있어 일종의 주가 방어막 역할을 하는데, 이 매입이 끝나면 그 수요가 빠지면서 주가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이 끝난 이후에도 외국인이 매도가 아닌 매수로 들어왔다는 건, 인위적인 수급이 아닌 실수요 판단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신호는 지수가 이미 많이 오른 뒤에 확인하면 늦습니다. 코스피가 7천에서 5천대로 내려앉았던 그 시기에도, 저는 매도도 추가 매수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맞았지만, 솔직히 당시엔 확신보다 관성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계좌를 열어보는 횟수를 줄여라"는 말을 항상 합니다. 수급 신호는 하루에 한 번만 확인해도 충분합니다.
외국인이 돌아오는 시점을 포착하려면 한국거래소(KRX)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꾸준히 확인하는 게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KRX).
-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외국인 순매수 전환 확인
- 자사주 매입 종료 = 인위적 수요 제거 → 이후 외국인 진입은 실수요 신호
-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종료가 시장에 더 큰 의미를 가짐
- 수급 확인 채널: KRX 투자자별 매매동향 일별 체크
물가와 금리, 이 하나의 기준이 전부일까
"정책금리보다 물가가 낮으면 주가가 오른다." 이 기준은 처음 들었을 때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잡한 거시 지표를 이 하나의 틀로 압축했으니까요. 실제로 미국의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가 연준의 정책금리인 4%를 밑도는 3.4% 수준을 유지하면서 3개월 연속 실질 플러스 금리 구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PCE 물가지수란 미국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 지표로, 소비자들이 실제로 지출한 물가 변화를 추적합니다. CPI(소비자물가지수)와 달리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연준 정책 방향을 읽는 데 핵심 잣대가 됩니다. 한국도 이번 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9%로 기준금리 3%를 처음으로 하회했습니다. 이론상 양국 모두 주가 상승 여건이 갖춰졌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틀을 따라가 보면서 불편했던 건, 관찰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입니다. 불과 몇 달치 데이터로 "주가가 오른다"는 단언을 내리기엔 표본이 적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틀의 전제인 "이란 전쟁이 일시적 영향에 그친다"는 가정입니다. 그 가정이 틀리면 물가 둔화 전망도 함께 무너집니다. 시황 분석에서 자주 쓰이는 "계절성"이나 "대통령 임기 3년 차" 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적 패턴이 반복되는 경향은 있지만, 그것만으로 내 계좌 비중을 늘리는 근거로 삼기엔 아슬아슬합니다.
제가 이 기준을 쓴다면, 방향 확인 수단으로는 쓰되 투자 비중 결정의 유일한 기준으로는 절대 삼지 않겠습니다.
연말 증시 전망,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코스피가 7천에서 5천대로 빠졌을 때 "단기간에 7천 회복 가능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근거로 든 건 2006년 이후 중간선거 해와 이듬해 S&P 500 수익률 패턴, 그리고 이전 저점을 깨지 않았다는 기술적 분석이었습니다. 위로는 됩니다. 하지만 이걸 근거로 비중을 늘렸다가 추가 하락이 오면 책임은 전부 제 몫입니다. 그 점을 방송에서는 잘 짚어주지 않습니다.
제가 이번에도 결국 한 일은 단 하나였습니다. 매달 자동이체되는 날짜를 그대로 두고, 팔지도 더 사지도 않았습니다. 연금저축 계좌는 그날 저녁 두 번 들어가 확인했지만, 손은 쓰지 않았습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그쪽이 맞았습니다. 예측이 맞은 게 아니라 가만히 둔 쪽이 맞은 겁니다.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건 제 경험상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S&P 500이 역사적 고점을 유지하는 동안 코스피가 혼자 역주행하는 건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다만 미국 증시가 오른다고 해서 코스피가 그 폭만큼 따라가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연말 상승 흐름 전망 자체는 유지하되, 단기 하방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는 게 저는 맞다고 봅니다.
결국 시황 방송은 방향을 읽는 참고 자료로만 써야 합니다. 제 투자 기간과 현금 흐름에 맞는 원칙을 따로 정해두는 것, 그게 어떤 전망보다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TSMC 실적이 좋으면 삼성전자 주가도 오르나요?
A. 직접 연동되는 건 아니지만 밸류체인이 연결되어 있어 간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TSMC의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도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각 기업의 자체 실적 발표가 나와봐야 실제 주가 반응이 결정됩니다.
Q. 정책금리보다 물가가 낮으면 무조건 주가가 오르나요?
A. 방향성을 읽는 참고 기준으로는 쓸 만하지만 절대 법칙은 아닙니다. 관찰 기간이 짧고, 지정학적 리스크나 예상 밖의 물가 충격이 오면 이 틀은 금방 흔들립니다. PCE나 CPI 수치를 꾸준히 추적하면서 흐름을 보는 용도로 활용하는 게 적절합니다.
Q. 외국인이 코스피를 사기 시작했다는 건 어디서 확인하나요?
A. 한국거래소(KRX) 홈페이지의 투자자별 매매동향 메뉴에서 매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순매수가 며칠 연속 이어지는지, 어떤 종목에 집중되는지를 함께 보면 더 의미 있는 신호를 읽을 수 있습니다.
Q. 코스피 급락 때 추가 매수해야 하나요, 버텨야 하나요?
A.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질문에 정답은 없고 내 현금 흐름과 투자 기간이 기준입니다. 당장 쓸 돈이 묶여 있다면 버티는 것도 어렵습니다. 시황 전망보다 먼저 내 자금 상황을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결론
TSMC 실적, 외국인 수급 전환, PCE 기반 물가·금리 비교까지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들은 방향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20년 넘게 금융권에 있으면서 배운 건, 어떤 전망도 내 계좌 앞에서는 그냥 참고 자료라는 겁니다.
이번에도 맞힌 건 예측이 아니라 자동이체를 그대로 두고 앱을 닫은 쪽이었습니다. 시황 방송은 방향을 확인하는 데 쓰고, 매수·매도 타이밍은 내 원칙에서 나오게 하는 것. 그게 제가 지금도 후배들에게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