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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만 시대 (롱텀머니, 경험편향, 코스닥리그제)

by 신연금연구 2026. 5. 11.

코스피가 7,800을 넘어서면서 만 포인트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계좌를 확인할 때마다 반반의 감정이 듭니다. 숫자가 올라가는 게 기쁘면서도, 이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닐까 하는 불안이 뒤따라 오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 불안이 정말 합리적인 판단에서 오는 걸까요, 아니면 과거 경험이 만들어낸 착시일까요?

코스피 외국인 자금 유입 급증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장기 투자 자금 코스피 만 포인트 목표 분석
코스피 외국인 자금 유입 급증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장기 투자 자금 코스피 만 포인트 목표 분석

장기 투자 자금이 이제 막 들어오기 시작했다

JP모건이 코스피 베이스 케이스 목표를 9,000으로, 강세 시나리오를 10,000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이 롱온리 자금(Long-Only Fund)입니다. 롱온리 자금이란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방식으로만 운용하는 기관 투자 자금을 말합니다. 공매도 없이 오직 매수로만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 자금이 시장에 들어온다는 건 본격적인 상승 사이클의 신호로 읽힙니다.

JP모건이 제시한 코스피 9,000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거버넌스 개선: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 반도체 리레이팅: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 재평가
  • 장기 자금 유입: 그동안 한국 시장에 의미 있게 들어온 적 없는 롱온리 자금의 진입 시작

특히 세 번째 항목이 중요합니다. 과거 차트를 보면 이 롱온리 자금이 한국 시장에 본격 유입되기 시작한 게 2025년 6월 이후, 즉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출처: JP모건 리서치). 장기 투자자들이 이제 막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지금 팔 이유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겁니다. 저도 이 부분을 듣고 나서 조금 마음이 정리됐습니다. 불안한 게 아니라 단순히 모르는 것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골드만삭스가 목표 지수를 8,000에서 9,000으로 20일 만에 올린 것, 국내 증권사에서 12,500도 이론상 가능하다는 메모가 돌고 있다는 것은 조금 다르게 읽어야 합니다. 시장을 리딩하는 게 아니라 이미 오른 시장을 뒤쫓아 숫자를 올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EPS(주당순이익) 기준으로 2026년 전년 동기 대비 300% 성장을 전망한다고 하는데, 이 수치의 근거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채 목표 지수만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경험편향이 투자 판단을 지배한다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내가 주식을 무서워하는 게 주식이 실제로 위험해서일까, 아니면 과거에 한 번 크게 다쳤기 때문일까.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의 장기 연구에 따르면 투자자가 처음 경험한 시장 환경이 이후 수십 년간 투자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NBER). 1950년대에 태어나 경제 활동 초기에 침체장을 경험한 세대는 이후 시장이 호황이어도 주식 참여율이 낮았고, 반대로 1960년대 후반 이후 출생해 미국 대호황을 경험한 세대는 주가가 빠져도 오히려 매수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저도 주식을 처음 접한 게 2008년 금융위기 직후였습니다. 주변에서 집이 팔리고 계좌가 반토막 난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했으니 주식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골수에 박혀 있었습니다. 나중에 ETF 장기 투자를 시작하면서도 수익이 나면 빨리 팔고 싶은 충동이 늘 있었습니다. 그게 제 경험이 만들어낸 반사 반응이라는 걸 이 연구를 보고 처음으로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여기서 경험편향(Experience Bias)이란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에 지나치게 큰 가중치를 부여해 판단이 왜곡되는 인지 오류를 말합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게 특히 위험합니다. 내가 경험한 폭락이 곧 시장의 본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도 자신의 경험을 이기지 못했다

이 경험편향에서 자유로운 투자자가 있을까요? 워런 버핏도 예외가 아닙니다. 버핏은 1987년 블랙 먼데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폭락장 때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쉐브런 등에 투자해 30배 이상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그 성공이 반복되면서 그의 투자 원칙은 단단하게 굳어졌습니다. 주가가 폭락할 때 매수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마존과 구글입니다. 버핏은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성장주에는 투자하지 못했습니다. 본인도 나중에 "내가 너무 멍청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매수했습니다. 이건 판단 실수가 아니라 경험이 만들어낸 구조적 한계입니다. 폭락장에서 산다는 경험이 수십 년간 성공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오르는 주식을 사는 경험은 아예 쌓이지 않은 겁니다.

밸류에이션 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로 보면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포워드 PER(미래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 기준 5배 수준입니다. 포워드 PER이란 향후 예상 이익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몇 배에 거래되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10~20배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서 4분의 1 수준입니다. 이익 성장 속도보다 주가 상승이 훨씬 느린 겁니다. 지금 한국 반도체가 비싸다고 느끼는 분들의 감각이 사실은 경험편향에서 온 것일 수 있습니다.

코스닥 리그제, 개인이 옥석을 혼자 고르는 시대가 끝날 수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종목이 1,820개가 넘습니다. 이 중에서 개인 투자자가 혼자 옥석을 가려내는 건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도 코스닥 종목을 볼 때마다 이게 진짜 기술이 있는 회사인지, 적자만 내면서 버티는 회사인지 판단하기가 막막했습니다. 당연히 손이 안 가게 됩니다.

금융당국이 코스닥을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 세 개 리그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25년 10월부터 가동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프리미엄 리그에는 100개 이내 종목을 배치하고,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가 이 구간에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방향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연기금의 수급입니다. 연기금이란 국민연금, 사학연금 같은 장기 공적 자금을 말합니다. 이 자금은 규정상 투자 가능 종목과 비중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 그동안 코스닥에 의미 있게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프리미엄 리그 도입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기반이 마련된다면 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걸 미는 힘과 끄는 힘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퇴출 규정 강화는 시장을 낭떠러지로 미는 것이고, 연기금 유입 기반 마련은 시장을 인센티브로 끌어당기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 자본 시장에는 미는 힘만 있었습니다. 이번 리그제가 끄는 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보기엔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가 있습니다. 프리미엄 100개를 선정하는 기준이 얼마나 투명하고 일관되게 운영되느냐입니다. 기준이 불분명하면 제도가 생겨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제도라는 하드웨어가 갖춰지는 것만큼, 증권사 리서치와 공시 품질이라는 소프트웨어도 함께 따라와야 진짜 변화가 생깁니다.

코스피만 포인트가 버블인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인지, 지금 당장 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 시장을 2008년이나 2020년의 기준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저도 제 경험이 만들어낸 공포와 합리적 판단을 매일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결국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사는 행위이고, 그 미래는 경험이 아닌 데이터와 구조로 읽어야 합니다. 지금 시장에서 롱온리 자금의 유입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성급하게 방향을 바꿀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ZjDThFb9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