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스피가 하루에 4% 올랐다가 -2%로 꺾이고 다시 보합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도 장 보면서 멍하니 화면만 쳐다봤습니다. 롤러코스터라는 말이 이렇게 정확하게 맞는 날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문제는 이 변동성이 이제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12%까지 올랐다가 4%대로 주저앉았고, 삼성전자는 9% 오르다가 보합으로 끝났습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지금 뭘 봐야 하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 변동성, 진짜 이상한 거 맞습니다
20년 넘게 시장을 본 애널리스트도 "이런 변동성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전에 4% 급등한 지수가 점심 무렵 미국의 이란 2차 공습 소식 하나에 -2%로 꺾이는 건, 시장이 얼마나 얇은 살얼음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늘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옵션 만기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옵션 만기란, 파생상품 계약이 종료되는 날로 대규모 수급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지수가 평소보다 크게 흔들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악재와 만기일이 겹치면 이중으로 출렁이는 구조입니다.
그럼 이 변동성이 무의미한 소음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통계를 보면 이틀 연속으로 코스피 지수가 1% 이상 급락한 뒤, 10% 이상 하락이 동반됐을 때 1개월 뒤, 3개월 뒤 수익률은 대부분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 9.11 테러, 금융위기, 코로나까지 — 100년 뒤에도 언급될 이벤트들이 있었는데도 그랬습니다. 물론 과거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다 팔아야 하나"는 질문에는 최소한 하나의 반론 근거가 됩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수급 데이터입니다. 오늘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현물에서 2조 3천억 원 이상을 순매도했습니다. 이건 최근 보기 드문 규모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날은 두 가지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손절매가 쏟아지면서 진짜 바닥이 형성되거나, 아니면 수급 공백이 추가 하락을 부른다는 것입니다. 다만 과거 통계에서 개인이 대규모로 팔고 빠진 시점이 오히려 단기 저점이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개인이 열광적으로 매수에 나섰을 때는 고점이었던 경우도 많았고요. 시장 심리가 그대로 수익률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 오늘 코스피 장중 변동 폭: 오전 +4% → 낙폭 -2% → 마감 보합
- SK하이닉스: 장중 +12% 후 약 +4.7%로 축소
- 개인 순매도: 2조 3천억 원 이상 (최근 이례적 규모)
-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6.14배 — 금융위기 당시 6.27배에 근접한 20년 만의 저점
여기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이란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가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낮을수록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싸게 거래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한국 기업들이 역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이 수치가 금융위기 수준이라는 건 — 저도 솔직히 납득이 안 됩니다. 건국 이래 가장 돈 잘 버는 기업들의 가치가 금융위기 때보다 낮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데 그게 현실입니다. 주식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HBM과 치킨게임, 지금 어디까지 왔나
골드만삭스가 오늘 또 한 가지를 건드렸습니다. 한국 반도체·메모리 주식 비중을 줄이고 홍콩·중국 AI 밸류체인으로 갈아타라는 리포트를 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리포트가 나올 때마다 한국 시장이 흔들렸습니다. 이번에도 어제 코스피가 급락하던 시간에 홍콩 항셍테크 지수가 +2%였다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출처: Goldman Sachs).
그런데 같은 골드만삭스가 다른 자료에서는 D램과 낸드 수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기존에는 "타이트하다"라고 했는데,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매우 타이트하다"로 바꿨습니다. 2027년 2분기까지 이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봤습니다. 여기서 D램과 낸드란 각각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와 장기 저장에 쓰이는 비휘발성 메모리를 말합니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두 제품 모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이 흐름의 핵심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 GPU 세대가 블랙웰에서 루빈 울트라로 업그레이드될수록 HBM의 달러 가치는 다섯 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Bank of America). 사양이 올라갈수록 더 비싼 HBM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중국 변수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CXMT라는 중국 메모리 기업이 IPO를 추진 중입니다. 6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했는데, 공개된 자료를 보니 HBM 설비 투자 계획이 빠져 있었습니다. 본인들 입으로 "글로벌 선도 기업과 기술 격차가 있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꽤 의미 있다고 봤습니다. 6조 원이 절대적으로 작은 돈은 아니지만,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 데 수십조가 드는 업계에서 이 금액으로 HBM 경쟁에 뛰어드는 건 당장은 어렵습니다.
다만 여기서 제가 짚고 싶은 건 따로 있습니다. "수요가 워낙 크니 공급 과잉은 없다"는 논리는 현재 시점 기준입니다. 삼성전자가 HBM4 납품에 합류하고 마이크론도 물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2026~2027년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시점이 오면 단가 압박이 시작됩니다. 치킨게임이란 경쟁사보다 먼저 투자를 멈추면 시장을 빼앗기는 구조로, 아무도 먼저 멈추지 못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 구조가 지금 AI 인프라 전체에 작동 중입니다. 메타가 캐나다에 13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컴퓨팅 설비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멈출 수 없는 게임입니다. 문제는 이 게임에 끝이 있다는 것이고, 그 끝이 언제인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스피가 이렇게 많이 빠졌는데 지금 사도 될까요?
A. 역사적 데이터로만 보면 이틀 연속 10% 이상 급락 이후 3개월 수익률은 대부분 플러스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적 경향이지 보장이 아닙니다. 단기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7월 말 빅테크들의 CAPEX 코멘트가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한 번에 몰빵하기보다는 분할 접근이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Q. HBM이 뭔지 모르는데, 왜 반도체 주가에 이렇게 중요한가요?
A.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AI 연산을 처리하는 GPU 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입니다. GPU 성능이 올라갈수록 더 비싼 HBM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선 HBM을 공급하고 있어 주가에 직결됩니다. AI 투자가 계속되면 HBM 수요도 함께 늘기 때문에, 반도체 섹터 전체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중국 CXMT가 D램 시장을 위협할 수 있나요?
A.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입니다. CXMT 본인들도 IPO 자료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과 기술 격차를 인정했고, 이번 자금 조달 계획에 HBM 투자가 빠져 있습니다. 6조 원이라는 조달 규모도 반도체 공장 투자 비용 기준으로는 크지 않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Q. 오늘 개인이 2조 원 넘게 팔았는데 이게 좋은 신호인가요?
A. 과거 통계에서는 개인 대규모 순매도가 단기 저점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이 공포에 팔 때 기관과 외국인이 조용히 받아가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이 그 패턴과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모두가 팔 때 사는 것이 어렵지만 수익이 난다"는 투자 원칙이 이 상황에서 다시 한번 시험받고 있는 건 맞습니다.
결론
오늘 장을 보면서 제가 다시 확인한 건 하나입니다. 단기 변동성은 수급이 결정하고, 장기 방향은 실적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코스피의 PBR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온 건 분명 이상한 가격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시점에 이런 숫자가 나온다는 건 시장이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다 사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7월 말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실적 발표에서 CAPEX 코멘트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이 시장의 다음 방향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극단적 낙관도, 극단적 비관도 판단을 흐립니다. 지금은 확인하면서 준비하는 구간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