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200과 코리아밸류업 지수의 5년 누적 수익률 차이가 43% 대 33%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저도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같은 한국 주식인데 지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만으로 이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지수 선택: ETF의 출발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ETF를 처음 시작하면 대부분 수수료나 운용사 브랜드를 먼저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이면 믿을 만하겠지", "수수료 낮은 거 고르면 되겠지" 하는 식으로 접근했고, 지수가 뭔지, 그 지수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따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음식 재료도 안 보고 포장만 보고 산 셈이었습니다.
모든 ETF는 특정 지수(Index)를 추종합니다. 여기서 지수란 일정한 기준으로 선별된 종목들의 집합을 수치화한 것으로, ETF는 이 지수의 구성 종목과 비중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됩니다. 쉽게 말해 ETF의 성과는 결국 어떤 지수를 골랐느냐에서 이미 절반이 결정됩니다.
현재 국내에는 KRX(한국거래소)에서 만든 코리아밸류업 지수를 비롯해 코스피 200, KRX 300, 코스닥 150, KRX TMI 등 300개가 넘는 지수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지수를 설계하고 공급하는 사업자를 지수 프로바이더(Index Provider)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지수 프로바이더란 특정 선정 기준에 따라 종목을 구성하고 지수를 관리·발표하는 기관으로, KRX, MSCI, S&P 등이 대표적입니다. ETF 시장이 커질수록 이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좋은 지수를 고른다는 건 단순히 유명한 지수를 고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 즉 코스피를 꾸준히 아웃퍼폼(Outperform)하는 지수를 찾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웃퍼폼이란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기준 하나만 가지고 지수를 걸러내도 선택지가 상당히 줄어들게 됩니다.
성과 분석: 코리아밸류업 지수가 다른 이유
코리아밸류업 지수는 2024년 초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가 개발했습니다. 일본의 주식 시장 활성화 정책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아울러 100개 종목으로 구성되며, 유동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유동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란 시장에서 실제 거래 가능한 주식 수를 기준으로 종목 비중을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대주주가 묶어놓은 지분을 제외하고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시장 영향력을 더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수에서 제가 직접 확인하고 눈길이 갔던 부분은 종목 선별 기준이었습니다. 단순히 시가총액 순서로 줄 세운 게 아니라,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 저평가된 기업은 제외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같은 주주 환원에 적극적인 기업만 담습니다. 여기서 PBR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로, 이 수치가 지나치게 낮다는 건 시장에서 기업의 자산 대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런 기업을 걸러낸다는 건 지수 설계 단계에서부터 질적 필터링이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 시뮬레이션 기준으로 코리아밸류업 지수는 5년 누적 수익률 43%, 코스피 200은 33%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3년(-7% 대 -16.5%)과 1년 구간에서도 코스피 대비 우세한 흐름을 보였고, 지수 출시 이후 실제 운용 기간에서도 코스피를 꾸준히 앞서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코리아밸류업 지수의 핵심 선별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PBR이 과도하게 낮은 저평가 기업 제외
- 배당 수익률,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실적 반영
- 수익성, 자본 효율성 등 질적 요건 충족 여부 심사
- 개별 종목 비중 상한 15%로 과도한 쏠림 방지
- 코스피·코스닥 통합 100 종목 구성
다만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5년 시뮬레이션 결과가 코스피를 이긴다는 건, 사실 그 지수가 잘 나오도록 역산해서 설계한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 안에서도 스스로 "지수는 과거에는 이기도록 설계된다"라고 인정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출시 이후 실제로도 코스피를 앞서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지만, 2년이라는 검증 기간은 아직 짧습니다. 또 일본 사례를 참고했다고 해서 한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나 주주 환원 문화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자 전망: 밸류업 ETF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코리아밸류업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F 중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는 상품으로는 KoAct 코리아밸류업 액티브와 TIGER 코리아밸류업 액티브가 있습니다. 두 상품 모두 패시브가 아닌 액티브 ETF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액티브 ETF란 지수 구성 종목을 그대로 복제하는 패시브 방식과 달리, 펀드매니저가 지수를 기반으로 일부 종목의 비중을 조정하거나 추가 편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좋은 지수를 기반으로 하면서 운용 역량까지 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수 자체의 경쟁력이 받쳐줄 경우 이론적으로는 패시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약 180조 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이 흐름 속에서 단순히 수수료나 운용사 브랜드만 보고 ETF를 고르는 접근은 점점 한계가 있습니다. 1,100여 종이 넘는 상품 중에서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품을 고르려면 결국 지수 설계 철학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어렵습니다. 지수 방법론 문서는 KRX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지만, 처음 보면 용어부터 낯설어서 막막합니다. 그래도 적어도 "이 ETF가 어떤 지수를 추종하고, 그 지수는 어떤 기준으로 종목을 고르는가" 정도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 출발점으로 코리아밸류업 지수는 꽤 설명하기 쉬운 사례이기도 합니다. 기준이 비교적 명확하고, 지수 출시 이후 성과 데이터도 쌓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리아밸류업 ETF가 앞으로도 코스피를 이길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에서 미래를 단정 짓는 건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지수 설계의 방향성, 주주 환원 문화 확산이라는 구조적 흐름, 그리고 출시 이후 실제 성과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근거가 됩니다. 한국 증시에 분산 투자하면서도 코스피보다 나은 결과를 원한다면, 코리아밸류업 ETF를 포트폴리오 한 자리에 넣어보는 것을 검토해 볼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투자 전 반드시 본인의 투자 성향과 상황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