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좌 수익률이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지켜본 적 있습니까. 저는 작년 중동 전쟁 이슈가 터졌을 때 처음으로 그 감각을 실시간으로 경험했습니다. 패닉셀을 막은 건 아무런 논리가 아니라, 머릿속에 박혀 있던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포트폴리오 구조를 다시 짜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졌을 때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날 매도 버튼에 손이 갔습니다. 코스피가 며칠 만에 크게 빠지는 걸 보면서 "지금 팔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멈췄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게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며칠 뒤 시장은 회복했고, 만약 그때 팔았다면 손실을 확정 짓고 반등도 못 탔을 겁니다.
전쟁이나 지정학적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면, 이 공포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중요한 건 이런 이슈가 단일 국가의 문제인지, 아니면 글로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악재인지를 구분하는 겁니다. 단일 국가 리스크라면 해당 증시만 영향을 받지만, 에너지 가격이나 금리 환경과 연동된 매크로 악재는 전 세계 시장을 동시에 흔듭니다.
여기서 매크로(Macro)란 금리, 환율, 유가, 물가 같은 거시경제 변수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가 오르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유인이 생기며, 결국 기업 이익 전망이 나빠지는 연쇄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게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구조입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 흐름은 반복적입니다. 코스피는 과거 어떤 상승장에서도 10~15% 수준의 단기 조정을 거쳤습니다. 지정학적 이슈는 그 조정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뿐, 중장기 추세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한국거래소(KRX) 데이터를 보면 코스피 지수는 2000년 이후 여러 차례의 충격 이후에도 장기 우상향 흐름을 이어왔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지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그 사건 이후 저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코스피 200 ETF 하나만 들고 있던 구조가 너무 단순하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습니다. 코어와 위성(Satellite)을 나눠야 한다는 개념을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적용해 본 게 48세였습니다.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원칙을 세우고 나니 시장이 흔들려도 마음이 훨씬 편해졌습니다.
여기서 코어-위성 전략이란 전체 자산의 핵심 비중을 안정적인 대표 지수 ETF에 배치하고, 나머지 일부를 성장 가능성이 높은 테마 자산에 배분하는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을 말합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코어가 버텨주고, 위성이 상승 여력을 만들어주는 구조입니다.
급락 이후 빠르게 반등하는 자산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중심
- 실제 이익이 발생하는 펀더멘탈이 탄탄한 종목
- 현재 시대의 핵심 트렌드인 AI와 연관된 산업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가장 심플한 선택지가 코스피 200, S&P 500, 나스닥 100 같은 대표 지수 ETF입니다. 개별 종목은 아무리 유망해 보여도 기업 고유의 리스크가 남아 있습니다. 지수 ETF는 그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합니다.
위성 자산으로 주목할 만한 건 에어로스페이스와 은(Silver) 현물 ETF입니다. 에어로스페이스가 단순히 우주여행 테마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피지컬 AI,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통신 인프라가 필수입니다. 전 세계 통신 데드존(Dead Zone)은 지상 기지국이 닿지 않는 면적이 전체의 약 90%에 달하는데(출처: ITU 국제전기통신연합), 이 공백을 저궤도 위성(LEO Satellite)이 채우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저궤도 위성이란 지상에서 약 200~2,000km 고도에서 운용되는 위성으로, 기존 정지궤도 위성보다 신호 지연이 훨씬 짧아 실시간 통신에 적합합니다.
은 ETF는 저도 처음 접했을 때 다소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논리를 파고들면 다릅니다. 은은 지구상 모든 금속 중 열 전도율과 전기 전도율이 가장 높습니다. 스마트폰, 태양광 패널, 전고체 배터리, 방산 장비 등 AI 시대 핵심 하드웨어에 빠짐없이 들어갑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 증가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점이 중장기 가격 상승 논리의 근거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둘 게 있습니다. 은이 금보다 더 가치 있다고 단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부분은 조심스럽게 봅니다. 은은 금보다 가격 변동성이 훨씬 크고 투기적 성격도 강합니다. 소량 위성 자산으로 접근한다는 전제가 빠지면 리스크가 커집니다.
실전에서 이 전략을 어떻게 적용했는가
제가 직접 구성해 본 포트폴리오는 이렇습니다. 코스피 200 ETF와 S&P 500 ETF를 코어로, 에어로스페이스 ETF와 은 현물 ETF를 위성으로 배치했습니다. 48세 기준으로 은퇴까지 약 10여 년 남은 상황에서 코어 비중을 70% 수준으로 유지하고, 위성은 30%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여기서 YTM(만기수익률)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YTM이란 채권을 지금 사서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연간 수익률을 말합니다. 파킹형 ETF나 채권 혼합형 ETF를 선택할 때 이 수치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머니마켓 ETF의 YTM이 3% 초반, 회사채 ETF가 4%를 넘는 수준이라면 현금성 자산으로도 꽤 의미 있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분할 매수와 분할 매도 원칙도 이번에 제대로 체득했습니다. 한 번에 몰아서 사거나 팔면, 타이밍을 맞출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매수도 나눠서, 매도도 나눠서 하는 게 변동성이 큰 장에서 평균 단가를 관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커버드콜(Covered Call) ETF에 대한 관심도 생겼습니다. 커버드콜이란 보유한 주식이나 지수에 대해 콜옵션을 매도하여 옵션 프리미엄을 정기적으로 받는 전략입니다. 주가 상승폭이 제한되는 대신 매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어, 생활비 보완을 고려하는 투자자에게 관심을 받는 방식입니다.
지금 같은 불확실한 장세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간단합니다. 뉴스가 나올 때마다 포지션을 바꾸려는 충동을 참고, 미리 짜둔 원칙대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패닉셀도, 패닉바잉도 하지 않는 것. 그게 결국 가장 단단한 전략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