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중간선거 결과가 어느 당에 유리한지보다, 10월~12월 계절성 로테이션이 실제 포트폴리오 성과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었거든요. 20년 넘게 금융권에 있으면서 선거 이슈 때마다 섹터 베팅에 마음이 흔들렸던 저로서는, 이번 자료를 보면서 적잖이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다만 표본 수가 여섯 번 안팎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믿기보다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중간선거보다 계절성이 진짜 변수였다
2000년 이후 미국 중간선거 전후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여당인 공화당이 대패했든 승리했든 선거 후 6개월 성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여기서 '텀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텀 프리미엄이란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 보상, 쉽게 말해 "오래 묻어두는 위험에 대한 대가"를 뜻하는데, 중간선거 전후 이 수치가 변동성을 일으키는 주된 변수 중 하나로 꼽힙니다.
예외가 하나 있었습니다. 2018년이었는데, 트럼프 1기 당시 공화당이 하원에서 약 40석을 잃는 대패를 당했고 11~12월 증시가 각각 2% 안팎 하락해 두 달 합산 4~5% 빠졌습니다. 극단적인 정치적 언행과 미중 관세 갈등이 겹치면서 시장 심리가 무너진 사례였죠. 반면 이후 상반기는 회복했습니다. 이 사례 하나만 봐도 '중간선거 효과'라는 표현이 얼마나 단순화된 이야기인지 느껴집니다.
지금 컨센서스는 공화당이 5~15석 손실 수준입니다. 역대 데이터로 보면 이 정도는 '적당한 패배' 범주이고, 이 경우 연말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오히려 분석에서 주목한 건 10월부터 12월까지 반복되는 계절성 로테이션이었습니다. 로테이션이란 시장 참여자들이 한 섹터에서 자금을 빼 다른 섹터로 옮기는 흐름을 말하는데, 연말로 갈수록 기관과 외국인의 '북클로징(Book Closing)'이 맞물립니다. 북클로징이란 연도 마감 전 운용 성과를 확정 짓기 위해 포지션을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벤치마크인 코스피를 그대로 복제해야 하는 펀드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주를 다시 담는 계절성이 반복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봤는데, 지난해 10월 초에 후배들 앞에서 "연말엔 대형주로 가야 한다더라"라고 아는 척을 했다가 정작 제 계좌를 열어보니 한 종목에 비중이 쏠려 있었습니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실제 행동은 뉴스 따라 들쑥날쑥 움직인 거였죠. 그날 밤 포트폴리오를 종목별로 다시 정리하고, 분기 한 번만 점검하기로 규칙을 세웠습니다. 이 계절성 분석을 보면서 그 결정이 맞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 2000년 이후 중간선거 6개월 후 성과는 여·야 승패와 무관하게 수렴
- 2018년 공화당 40석 이상 대패 시 11~12월 합산 약 4~5% 하락, 이후 상반기 회복
- 현 컨센서스(5~15석 손실)는 역대 '제한적 충격' 범주에 해당
- 10~12월 북클로징·로테이션이 선거 결과보다 실질 수익률에 더 큰 영향
-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연말 벤치마크 복제 수요로 계절성 수혜 반복
금리 5%대에도 AI 성장 기대가 시장을 끌고 가는 이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5.3% 아래로만 내려와도 증시가 반응하는 장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는 '일드갭(Yield Gap)' 논리가 통했습니다. 일드갭이란 주식의 기대수익률과 채권 금리 사이의 격차를 뜻하는데, S&P500의 PER이 20 배면 주식 기대수익률이 약 5%가 되고, 국채 금리가 5%를 넘으면 채권이 더 유리하니 주식을 팔고 채권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이 공식을 예전만큼 신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2022~2023년에 국채 금리가 오를 때마다 "이제 채권이다"는 말이 넘쳤지만, 실제로 엔비디아를 포함한 빅테크 주가는 그 기간 중 바닥을 잡고 올라갔습니다. 금리가 올라도 AI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미래 이익 전망이 훨씬 빠르게 올라가면 PER 분모가 커지면서 고평가 부담이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장 참여자들이 설득된 논리가 바로 이겁니다.
여기서 '캐펙스(CapEx, Capital Expenditure)'가 핵심 변수입니다. 캐펙스란 기업이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하는 설비·인프라 지출을 말하는데,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캐펙스를 쏟아붓고 있어 단기 프리캐시플로우(잉여현금흐름)가 눌리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이 지출이 2~3년 뒤 순이익과 현금흐름으로 돌아온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기대가 깨지지 않는 한 고금리 자체가 주가를 무너뜨릴 결정적 요인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 나옵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다만 저는 이 논리에 한 가지 빠진 시나리오가 불편했습니다. AI 성장 기대가 꺾이는 상황, 예를 들어 빅테크 실적이 연속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하거나 중국의 AI 역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미국을 따라잡는 그림이 현실이 되면, 이 서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론으로 나온 게 위안화(CNY) 환율 지표였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상관성이 가장 높은 변수가 위안화-달러 환율이라는 분석이 있는데(출처: 국제결제은행(BIS)), 최근 위안화가 시장 자율적으로 절상되는 흐름은 중국이 AI 관련 수입 비용을 낮추고 원가를 절감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는 시각이 흥미로웠습니다. 중국이 AI 순수입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환율을 활용하는 국면이라면, 위안화 강세는 반도체 업황의 선행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삼성전자 잠정실적과 관련해 시장 컨센서스가 106조~110조 원 수준인데, 실적 미스보다 환율 효과가 변수라는 점에서 업황 자체가 꺾였다고 해석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잠정실적 시즌마다 느끼는 건, 숫자 자체보다 회사가 "왜 이 숫자가 나왔는지"를 어떤 언어로 설명하느냐가 주가 방향을 가른다는 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어떤 섹터에 투자해야 하나요?
A. 공화당 우위 시 에너지·금융, 민주당 우위 시 친환경·의료 섹터 단기 반등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2000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이 섹터 플레이의 효과는 대부분 일시적이었습니다. 선거 결과가 컨센서스 범위(5~15석 손실) 안에 든다면, 섹터 베팅보다 계절성 로테이션에 집중하는 편이 역사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Q. 금리가 5%대인데 지금 주식에 들어가도 괜찮은 건가요?
A. 단순히 금리와 주식 기대수익률을 비교하는 일드갭 논리만으로는 판단이 어렵습니다. AI 기업들의 중장기 이익 성장이 현재의 고금리를 상쇄할 수 있다고 시장이 믿는 한, 금리 자체가 주가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변수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그 기대가 꺾일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Q. 연말에 코스닥이 오른다는 계절성, 믿어도 되나요?
A. 12월 배당락 전후 코스닥 강세는 반복적인 패턴이지만, 그 폭과 지속성은 매년 다릅니다. 올해처럼 코스닥이 10월 초에 이미 반등을 선반영한 경우라면,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 위주로 선별하는 접근이 더 현실적입니다. 계절성은 방향 참고용이지, 진입 타이밍의 절대 근거로 삼기엔 표본이 부족합니다.
Q. 삼성전자 잠정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면 팔아야 하나요?
A. 환율 효과로 인한 어닝 미스라면 업황 자체가 꺾인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실적 설명 과정에서 "환율 영향"을 명확히 제시한다면, 오히려 업황 피크아웃 우려가 완화돼 단기 안도 매수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말 북클로징 계절성과 맞물리면 대형주 수급은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결론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엔 다르겠지" 싶은 마음은 저도 해마다 생깁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뒤집어 보면 선거 결과보다 연말 계절성과 북클로징 수급이 실제 계좌를 더 크게 움직였습니다. 표본이 여섯 번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있고, 2018년처럼 예외가 평균을 흔든 사례도 있으니 이 분석을 맹신하기보다는 참고 지표로 활용하는 편이 맞습니다.
제가 이번에 다시 정리한 원칙은 하나입니다. 선거나 금리 같은 큰 이벤트가 올 때마다 단기 섹터 베팅에 손이 가는 충동을 억제하고, ROE가 높고 실적이 꾸준한 초대형주 비중을 유지하면서 분기별 점검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고금리 환경에서 AI 성장 기대가 계속 서사를 이끌어가는 동안은 이 원칙이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