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 이야기를 듣고 계좌를 열었다가, 어느 날 보면 원금이 반 토막 나 있는 경험을 해보신 분 많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30대 초반에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골든 크로스니 데드 크로스니 하는 이동평균선 강의를 열심히 들으며 차트를 분석했는데 결과는 늘 똑같았습니다. 비쌀 때 사고, 쌀 때 팔았습니다. 그게 왜 반복됐는지, 통계 물리학이 생각보다 명쾌하게 설명해줍니다.
차트 분석이 항상 빗나가는 이유
일반적으로 차트를 오래 들여다보면 패턴이 보이고, 그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통계 물리학 관점에서 국내 주식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핵심 개념이 자기 상관 함수(Autocorrelation Function)입니다. 여기서 자기 상관 함수란 어떤 물체나 시스템이 과거의 움직임과 현재의 움직임 사이에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입니다. 쉽게 말해, 어제 주가가 올랐으면 오늘도 오를 가능성이 있는지를 데이터로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국내 주식 시장의 자기 상관 함수를 계산해 보면, 하루만 지나도 상관관계가 사실상 0으로 떨어집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발표된 연구에서 이 상관관계가 고작 4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Physical Review E, 1999). 4분이 지나면 지금 이 순간의 주가 흐름은 4분 전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동평균선은 어떨까요? 이동평균선(Moving Average)이란 일정 기간 동안의 주가를 평균 낸 선입니다. 20일 이동평균선이라고 하면 최근 20일 치 주가의 평균값을 이어 그린 선인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자기 상관관계가 하루도 안 되는 주가 데이터를 20일 치 평균을 낸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관성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20일 이동평균선의 자기 상관 함수를 그려보면 딱 20일이 되는 지점에서 0으로 떨어집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20일 치를 모아 평균을 냈으니 그 이상의 상관관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동평균선 골든 크로스 전략은 맞는 것처럼 보이는 구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확률적 우연이지, 재현 가능한 패턴이 아닙니다. 주식 시장의 효율성, 즉 어떤 패턴이 널리 알려지면 그 패턴을 이용한 차익 거래가 즉시 발생해 패턴 자체가 소멸하는 현상 때문에, 차트 기반 전략은 이론적으로도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 주가의 자기 상관 관계는 국내 기준 하루, 미국 기준 약 4분 이내로 소멸
- 이동평균선은 없는 관성을 만들어내지 못함. 과학적 근거 없음
- 무위험 차익 거래(Arbitrage) 가능성이 생기면 시장이 스스로 그 패턴을 지워버림
펀드 매니저도 평균을 못 이기는 이유
전문가라면 다를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다수의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수익률 통계 분석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펀드 매니저의 평균 수익률은 주가 지수 상승률을 밑돕니다(출처: S&P Dow Jones Indices, SPIVA 보고서).
여기서 주가 지수란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반영하는 일종의 가중 평균값입니다. 코스피나 S&P 500 같은 지수가 대표적입니다. 평균이라고 하면 절반은 평균 위, 절반은 평균 아래에 있어야 자연스러운데, 현실에서는 평균을 못 이기는 펀드 매니저가 훨씬 더 많습니다. 거래 비용과 운용 보수가 수익률을 갉아먹는 구조적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무도 시장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맞히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해 수익률이 높은 상위 10개 펀드와 다음 해 상위 10개 펀드를 비교해 보면 겹치는 펀드가 거의 없습니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지난해 잘 나간 펀드를 올해 사는 전략은 데이터에 근거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 역시 그렇게 골랐다가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워런 버핏처럼 기업의 내재 가치를 분석해 투자하는 펀더멘털리스트(Fundamentalist) 전략이 있습니다. 펀더멘털리스트란 기업의 재무 상태, 미래 배당, 성장 가능성 등 본질적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는 투자자를 말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유효한 접근이지만, 현재 주가가 이론적으로는 지금부터 무한한 미래까지의 배당금을 이자율로 할인해 합산한 값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당장 내년 실적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10년, 20년 뒤 배당을 정확하게 추정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ETF 적립식 매수가 현실적인 이유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제 경험상 결론은 단순합니다. 지수를 이기려는 욕심을 버리고, 지수 자체를 사는 것입니다.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 전략은 특정 자산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는 방법입니다. 미국 시장 100년 치 데이터를 보면 단기 매매를 반복하는 것보다 사서 그냥 들고 있는 전략의 장기 수익률이 훨씬 높습니다. 미국 국채처럼 위험이 없는 자산, 즉 리스크 프리 애셋(Risk-Free Asset)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장기 바이 앤 홀드 전략의 주식 수익이 10배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문제는 실행입니다. 코로나 당시 코스피가 반 토막 났을 때, 저는 새벽에 일어나 핸드폰 화면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그때 안 판 것, 그게 지금까지 제 투자 이력에서 가장 잘한 선택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쉬웠냐고 하면 절대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로 바이 앤 홀드를 실행하기 쉬운 형태가 ETF(Exchange Traded Fund), 즉 상장지수펀드의 적립식 매수입니다. ETF란 코스피 200이나 나스닥 100 같은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상품입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ETF에 자동으로 넣는 방식은 가격이 높을 때 적게 사고, 낮을 때 더 많이 사는 효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냅니다. 이를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Dollar Cost Averaging)이라고도 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급등할 때 조금 덜 벌고, 급락할 때 조금 덜 잃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보니 계좌가 알아서 불어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이 전략은 국내외 경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거라는 가정 위에 서 있습니다. 일본의 30년 박스권처럼 국가나 지수에 따라 이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ETF 선택 시 단일 국가 지수보다 글로벌 분산이 가능한 상품을 고려하는 것이 보완책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출이나 빚을 내서 투자하면 급락 시 반드시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면 쌀 때 팝니다. 감당해도 생활에 문제없는 금액만 넣는 것이 전략보다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동평균선 골든 크로스가 맞을 때도 있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하나요?
A. 일반적으로 골든 크로스가 상승 신호라고 알려져 있지만, 주가의 자기 상관 관계는 하루 이내로 소멸합니다. 맞는 것처럼 보이는 구간은 확률적 우연이며, 통계적으로 반복 재현되지 않습니다. 어떤 전략이든 100번 중 일부는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근거가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Q. ETF는 어떤 걸 고르는 게 좋나요?
A. 특정 종목을 추천하기보다, 단일 국가보다는 글로벌 분산이 가능한 지수 추종 ETF가 우상향 가정에 덜 취약합니다. 국내 코스피 200 추종 ETF, 미국 S&P 500 추종 ETF 등 운용 보수가 낮고 거래량이 많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기본 기준으로 적절합니다.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절세 계좌와 연계하면 장기 효과가 더 커집니다.
Q. 워런 버핏처럼 기업 분석해서 투자하면 안 되나요?
A. 펀더멘털리스트 전략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기업의 내재 가치를 정확히 분석하려면 사실상 전업으로 매달려야 합니다. 제 경험상 본업이 따로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펀더멘털 분석을 병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지수 추종 ETF 적립식이 더 실행 가능한 선택입니다.
Q. 주식 시장에 버블이 오면 미리 알 수 있나요?
A. 변동성이 커지는 패턴으로 버블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 있지만, 예측 자체가 시장에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버블의 붕괴 시점을 앞당깁니다. 일주일 뒤 터진다고 모두가 알면 6일 뒤에 터지고, 6일 뒤라는 게 알려지면 5일 뒤에 터지는 구조입니다. 경제 현상이 물리 현상보다 예측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결론
뉴턴조차 주식에서 크게 잃었습니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집단적 행동은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도 30대 초반에 차트 분석과 이동평균선을 믿고 투자했다가 같은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 그게 오히려 손실을 줄이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지수를 이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감당 가능한 금액을 매달 지수 추종 ETF에 적립식으로 넣는 전략이 현재로선 가장 검증된 방법입니다. 복잡하게 분석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마다 저는 그 에너지를 본업에 씁니다. 그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