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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반응 vs 대응, 수급 분석, 지정학 리스크)

by 신연금연구 2026. 6. 11.

 

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속보가 뜨자마자 팀 단톡방이 울렸습니다. 후배가 보낸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습니다. "팀장님, 다 팔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 순간 저는 답하기 전에 잠깐 멈췄습니다. 이 글은 그 짧은 정지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시장이 흔들릴 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코스피 3.79% 급락 속 외국인 2조 8천억 순매도로 3850선까지 후퇴하는 시장 수급 불안 상황 보도
코스피 3.79% 급락 속 외국인 2조 8천억 순매도로 3850선까지 후퇴하는 시장 수급 불안 상황 보도

반응과 대응,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차이

그날 새벽, 저는 후배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전쟁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바꿔?" 후배는 잠시 침묵했고, "그건 아닌데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넌 지금 반응하려는 거야, 대응하려는 거야?"

반응이란 감정이 개입된 충동적 행동입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큰일 났다" 싶어 팔아버리고, 주가가 급등하면 "어제 살걸" 싶어 뒤늦게 매수하는 것이 대표적인 반응입니다. 반면 대응이란 지금 내 행동의 이유가 감정인지 논리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나와 다른 시각을 함께 검토한 뒤 움직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날 코스피는 -2.6%로 시작했다가 마감 때 -0.8%로 낙폭을 줄였습니다. 후배는 팔지 않았고, 3개월 뒤 코스피가 반등했을 때 조용히 말했습니다. "팀장님, 그때 팔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가 시장을 흔들 때마다 저는 이 원칙을 떠올립니다. 여기서 지정학적 리스크란 전쟁, 분쟁, 외교 갈등처럼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이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는 요인을 말합니다. 이 리스크는 무섭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 즉 기업의 실제 이익 창출 능력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정학적 이슈로 시장이 빠질 때 팔아버리는 것은 반응이지, 대응이 아닙니다.

젠슨 황 방한과 수급의 논리

최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방한을 두고 시장 해석이 엇갈렸습니다. 어떤 분들은 "엔비디아가 한국에 투자한다"라고 봤고, 어떤 분들은 "그냥 영업하러 온 것"이라고 봤습니다. 저는 후자가 훨씬 정확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젠슨 황의 방한 목적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 팔러 온 것: GPU(그래픽 처리 장치)와 피지컬 AI 인프라를 LG, 현대차, 두산, 네이버에 판매하기 위해
  • 사러 온 것: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확보하기 위해

여기서 HBM이란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의 약자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반도체입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반드시 탑재되어야 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핵심 공급업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주가 흐름에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젠슨 황이 "사러 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방한 당일 상승했습니다. 반면 젠슨 황이 "팔러 간" 네이버와 LG 주가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것이 수급(需給) 논리입니다. 여기서 수급이란 시장에서 특정 주식을 사려는 세력과 팔려는 세력의 균형을 말합니다. 현찰이 바로 들어오는 거래냐, 미래 기대감에 기반한 어음이냐가 주가를 가릅니다.

키움증권이 네이버의 목표 주가를 25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올리면서도 투자 의견을 '바이(Buy)'에서 '아웃퍼폼(Outperform)'으로 낮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AI 매출의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것, 쉽게 말해 청사진은 좋은데 지금 당장 이익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CPI와 이란 리스크, 같은 날 겹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란-미국 충돌 노이즈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같은 날 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은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케이스입니다.

CPI(Consumer Price Index)란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식료품, 주거비, 교통비, 의료비 등을 종합한 것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물가가 오른다는 뜻이고,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명분이 생깁니다.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CPI 발표일이 되면 투자자들이 숨을 죽이는 것입니다.

5월 CPI 예상치는 헤드라인 기준 전년 대비 4.2%, 근원(코어) CPI는 전년 대비 2.8%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서 근원 CPI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 지표입니다.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추세를 보기 위해 시장이 더 주목하는 수치입니다. UBS와 골드만삭스는 전월 대비 근원 CPI를 0.17% 수준으로 예상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 두 기관의 예측이 맞는다면 "물가가 생각보다 잡히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 시장에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란 이슈는 다릅니다. 미국 아파치 헬기가 격추되고 이란이 바레인의 미 해군 5함대를 타격 대상으로 언급하면서 WTI 유가가 88달러 선으로 올라섰고, 달러 인덱스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는 이른바 '위험 회피(risk-off)'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방 압력을 받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는 것은, 두 재료가 겹칠 때는 하나씩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CPI는 예측 가능하고 숫자로 결론이 납니다. 반면 지정학 리스크는 예측이 어렵고 감정을 자극합니다. 예측 가능한 변수에 집중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 제가 찾은 방법입니다.

"오르는 주식을 봐라"는 조언이 모순인 이유

이 부분은 제가 방송에서 들은 조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박하고 싶은 지점입니다.

"투자할 종목을 찾으려면 첫째로 주가가 오르는 주식에 관심을 가져라"는 원칙은 모멘텀 투자(momentum investing) 전략에 근거합니다. 모멘텀 투자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이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 추세를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학술적으로도 단기적 유효성이 검증된 전략입니다(출처: CFA Institute).

그런데 문제는 이 조언이 같은 방송에서 강조한 "반응하지 말고 대응하라"는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르는 주식을 찾아라 → 이유를 파악하라 →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라, 이 세 단계가 모두 실행되어야 대응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첫 번째 단계만 작동합니다. 방송에서 백화점주가 오른다고 소개하자 시청자들이 바로 매수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단계는 사라지고 "상승 중인 주식을 빨리 사야 한다"는 반응만 남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패턴은 상승 모멘텀이 꺾이는 시점에서 가장 큰 손실을 낳습니다. "왜 오르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들어간 투자는 조금만 빠져도 "왜 빠지는지"를 알 수 없어서 손절 기준도 세우지 못합니다.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개인 투자자의 단기 매매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이는 오르는 주식을 따라가는 반응적 매매가 장기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이 조언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가 오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파악하는 출발점으로 "상승 종목 관찰"은 유효합니다. 다만 첫 번째 단계에서 멈추지 말고 두 번째, 세 번째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을 함께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이란 이슈, 스페이스 X 수급, CPI 발표가 한꺼번에 겹친 날일수록 오르는 종목에 눈이 쏠리기 쉽습니다. 그때야말로 멈추고 물어야 합니다. "이게 현찰인가, 어음인가."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G2GD4MAe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