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한 종목이 하루 만에 30% 빠지는 걸 눈앞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손이 떨려서, 정말 문자 그대로 손이 떨려서 매도 버튼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그게 몰빵 투자의 민낯이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버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잃지 않나"를 먼저 생각하게 됐고, 지금의 투자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구멍 막는 팀이 항상 이긴다 — 포트폴리오 이론의 본질
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만 찾았습니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언제 사야 할지.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방향이 틀렸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수익률의 천장이 아니라 손실의 바닥을 막는 일이었습니다.
이걸 수학적으로 증명한 이론이 바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PT, Modern Portfolio Theory)입니다. 여기서 MPT란 해리 마코위츠가 1952년에 발표한 이론으로, 자산을 적절히 분산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리스크)을 낮추면서도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이론입니다. 이 이론 덕분에 마코위츠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현재 전 세계 모든 기금이 이 원리를 차용하고 있습니다(출처: Nobel Prize Organization).
신입사원 연수 때 배운 물 붓기 게임이 생각납니다. 구멍 뚫린 통에 5분 안에 물을 가장 높이 채우는 팀이 이기는 게임인데, 물을 퍼 나르는 사람보다 구멍을 막는 사람이 더 많은 팀이 항상 이겼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물을 붓는다 해도 새는 구멍이 있으면 소용이 없는 거죠. 투자도 똑같습니다. 수익을 내는 것보다 손실을 막는 구조를 먼저 갖추는 것이 장기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국민연금 수익률 추이를 보면 이 원리가 잘 드러납니다. 코스피가 급등할 때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덜 오릅니다. 반대로 시장이 폭락할 때도 국민연금은 훨씬 적게 빠집니다. 이게 분산 투자와 자산배분의 결과입니다(출처: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 거기 운용하는 분들이 천재라서가 아닙니다. 포트폴리오 이론이라는 구조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수익률 극대화보다 손실 최소화를 먼저 설계한다
- 자산 간 상관관계(Correlation)를 활용해 한쪽이 떨어질 때 다른 쪽이 받쳐주는 구조를 만든다 — 상관관계란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 전체 자산에서 마이너스가 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복리 효과의 전제 조건이다
7대 3 비중으로 실제로 써봤더니 — 리밸런싱과 헤지자산의 힘
저는 몇 년 전부터 전체 자산을 주식 70, 안전자산 30 비중으로 나눠서 운용해 왔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주식이 오를 때 30%를 예금이나 달러에 묶어두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거든요. 주변에서 레버리지 ETF 얘기가 들릴 때마다 솔직히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코스피가 크게 빠진 시기를 직접 겪어보니 달랐습니다. 주식이 약 20% 넘게 하락하는 동안 달러 자산은 반대로 올라줬고, 결과적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손실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여기서 헤지자산(Hedge Asset)이란 위험 자산이 하락할 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손실을 상쇄해 주는 자산을 말합니다. 주식과 달러, 주식과 채권이 대표적인 헤지 관계입니다. 그때 달러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고, 저는 그 달러를 팔아서 주가가 내려간 주식을 추가 매수할 수 있었습니다. 리밸런싱(Rebalancing)이란 바로 이 과정입니다 — 오른 자산을 팔고 떨어진 자산을 사서 원래 정해둔 비중으로 되돌리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주가가 회복됐을 때, 손실 없이 버텼다가 저점에서 추가 매수했으니 수익은 당연히 훨씬 컸습니다. 제가 주식의 방향을 정확히 맞춘 게 아닙니다. 그냥 원칙을 지켰을 뿐인데 그게 결과로 나왔습니다.
요즘은 분기에 한 번 정도 비중을 점검합니다. 매일 시세를 들여다보던 시절과 비교하면 훨씬 심리적으로 편안합니다. 최근엔 기준금리가 오른 영향으로 채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구간이 있었는데, 이때 안전자산 비중을 소폭 늘렸습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두면 이후 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이자 몇 프로 받자고 뭐 하러"라고 생각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안전자산은 수익을 내는 자산이 아니라 주식이 흔들릴 때 저를 지켜주는 방패에 가깝습니다.
물론 자산 간 상관관계가 항상 일정한 건 아닙니다. 실제로 위기 상황에서는 여러 자산이 동시에 하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초기 폭락 때처럼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구간이 짧게나마 있었습니다. 두세 개 자산만으로 완벽한 방어가 된다는 생각은 과신일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런 구조 없이 한 자산에 모든 걸 넣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한 건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산배분 비율은 어떻게 정하나요?
A. 정답은 없습니다만, 저는 주식 70에 안전자산 30을 기준으로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젊고 손실을 감당할 여유가 있다면 주식 비중을 좀 더 높여도 되고, 자산 규모가 커지거나 나이가 들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이 일반적입니다. 중요한 건 비율 자체보다 한 번 정한 비율을 흔들림 없이 지키는 것입니다.
Q. 리밸런싱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요?
A. 저는 분기에 한 번 정도 비중을 점검합니다. 매달 확인하면 단기 변동에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너무 오래 방치하면 비중이 크게 틀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이 급격히 움직일 때는 분기를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Q. 헤지자산으로 달러 말고 다른 것도 괜찮나요?
A. 국내 주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산이면 됩니다. 달러, 채권(특히 국채), 금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어떤 자산도 위기 때 항상 반대로 움직인다고 보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달러와 예금 혼합으로 시작했는데, 직접 써본 결과 두세 개를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충 효과가 있었습니다.
Q. 지금 당장 투자 원칙이 없다면 어디서 시작하면 될까요?
A. 먼저 현재 자산 중 주식이 몇 퍼센트인지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의외로 이걸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막연하게 "주식 좀 있다"는 수준이었는데, 비중을 숫자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부터 원칙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비중을 파악한 뒤 목표 비율을 하나 정하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조정해 나가면 됩니다.
결론
손이 떨려서 아무것도 못 하던 그 시절의 저는, 사실 원칙이 없었습니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만 고민했고 떨어졌을 때 어떻게 버틸지는 아무 준비가 없었습니다.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은 화려한 전략이 아닙니다. 그냥 구멍을 미리 막아두는 일입니다.
지금 제 투자 목표는 "올해 기준금리 플러스알파"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한 목표를 지키기 위해 포트폴리오 비중을 점검하고, 흔들릴 때 리밸런싱하고, 헤지자산을 곁에 두는 겁니다. 이 원칙을 10년, 20년 유지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수학이 이미 증명해 놨습니다. 지금 당장 화려한 종목 발굴보다, 내 자산이 어떤 비중으로 나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