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중에 팀원한테서 "이거 진짜 좋은 거 맞죠?"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2023년 11월에 그 상황을 겪었습니다. 막내가 월배당 ETF를 연금저축에 넣겠다며 눈을 빛내고 있었는데, 분배율 숫자만 보고 결정하려는 게 딱 보였습니다. 분배율 높다고 무조건 좋은 상품이 아니라는 걸, 그날 젓가락을 내려놓고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커버드콜 구조를 모르면 숫자에 속는다
막내가 KODEX 200 타깃 위클리 커버드콜을 보면서 분배율이 높다고 사겠다고 했을 때, 저는 딱 한 가지만 물었습니다. "그게 왜 분배율이 높은지 알아?" 잠시 침묵이 흘렀고, 저는 그 자리에서 커버드콜 구조를 설명했습니다.
커버드콜(Covered Call)이란 보유한 주식이나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입니다. 여기서 콜옵션 매도란, 미래의 가격 상승분을 포기하는 대신 옵션 프리미엄, 즉 일종의 사용료를 매달 현금으로 받는 계약입니다. 그 프리미엄이 분배금의 주된 재원이 됩니다. 결국 주가가 크게 오를 때 그 상승분은 내 것이 아니게 됩니다.
5월 한 달간 코스피가 약 30% 가까이 오르는 상황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 장에서 ATM 커버드콜, 그러니까 행사가가 현재 가격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설정된 커버드콜 ETF는 TR 수익률이 -24%까지 나온 종목이 있었습니다. ATM(At The Money)이란 콜옵션의 행사 가격이 현재 기초자산 가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 경우 조금이라도 주가가 오르면 즉시 상승분이 잘려나갑니다. 반면 OTM(Out of The Money) 전략은 행사 가격을 현재 가격보다 높게 설정해 일정 범위의 상승은 투자자가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한 방식입니다. 같은 커버드콜이라도 이 차이가 상승장에서 수익률을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를 모르는 투자자가 분배율만 보고 상품을 고르면, 나중에 왜 코스피는 올랐는데 내 계좌는 빨간 불이냐며 당황하게 됩니다. 숫자를 보여주는 것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게 진짜 투자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 월배당 ETF 성과를 보면 이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 ATM 커버드콜 계열: 상승장에서 TR 수익률 -24% 기록, 대표적 사례 RISE 200 배당커버드콜 ATM
- OTM 커버드콜 계열: KODEX 미국 S&P 500 데일리커버드콜 OTM, 상승분 일부를 가져가며 긍정적 성과
- 타깃(3세대) 위클리 커버드콜 계열: 상승장 흐름을 상당 부분 따라가며 분배금과 수익률을 동시에 확보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 시장 전체 순자산은 2025년 기준 200조 원을 넘어섰으며, 그중 월배당 상품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상품 수가 늘어날수록 구조를 모르고 고르면 선택지가 많아진 게 오히려 독이 됩니다.
과표기준가와 계좌 전략,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막내가 그날 저녁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팀장님, 그럼 미국배당다우존스 하나만 넣을게요." 저는 웃으면서 잘 생각했다고 했는데, 사실 그다음 이야기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상품을 고르느냐만큼, 어떤 계좌에 넣느냐가 세후 수익률을 완전히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과표기준가(課標基準價)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과표기준가란 ETF에서 분배금을 지급할 때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가격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분배금 전액이 세금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과표기준가의 증가분만큼만 과세 대상 소득으로 잡힌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ETF가 한 주당 348원을 분배금으로 지급했더라도 해당 월 과표기준가 증가분이 0원이라면, 일반 계좌에서 받더라도 그 분배금에 대한 세금은 0원입니다. 이 과표가 0원인 달에는 사실상 비과세로 현금을 받는 셈이 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모르고 연금저축, IRP, ISA를 구분 없이 사용하면 절세 효과가 반감됩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연금저축과 IRP는 과세이연 효과가 있어 운용 기간 중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고 55세 이후 연금 수령 시 저율 과세가 적용됩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여기서 과세이연(課稅移延)이란 지금 내야 할 세금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을 뜻하는데, 그 유예된 세금이 계속 재투자되면서 복리 효과가 커집니다.
제가 직접 계좌별로 상품을 배분해 보니, 계좌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ETF 유형이 다릅니다.
- 연금저축·IRP: 과세이연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분배금이 자주, 많이 나오는 커버드콜형이 유리합니다. 단, IRP는 안전자산 비중 30%를 채워야 하므로 채권혼합형 ETF를 함께 넣는 구성이 현실적입니다.
-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연간 200만~400만 원 비과세 혜택이 있습니다. ISA란 하나의 계좌 안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하고 일정 금액까지 이익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받는 계좌입니다. 해외 배당 ETF처럼 배당소득세가 반복적으로 나가는 상품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 일반 계좌: 과표기준가가 0원인 달에는 세금 부담이 없으므로 커버드콜형 중 과표 0원 빈도가 높은 상품을 배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솔직히 이 조합을 처음 맞춰볼 때는 예상보다 복잡했습니다. TIGER 배당커버드콜액티브가 올해 TR 수익률 114%로 1위를 기록했지만, 이 상품을 일반 계좌에 넣으면 매달 배당소득세가 나가고, 55세 전에 연금저축을 해지하면 기타 소득세 16.5%가 붙는 구조입니다. 수익률 1위라는 숫자만 보고 따라가면 세후 수익은 생각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분배율 순위나 수익률 랭킹을 정리한 자료는 많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이 내 계좌 구조와 세금 상황에 맞는가"를 함께 따져주는 자료는 드뭅니다. 제 경험상 그 질문이 빠진 랭킹표는 절반짜리 정보입니다.
월배당 ETF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분배율이 얼마냐"가 아닙니다. "이 상품의 분배금은 어떤 구조에서 나오고, 어느 계좌에서 받을 때 세후 수익이 가장 커지느냐"입니다. 저는 매달 기계적으로 적립식 매수를 이어가면서도 이 두 가지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수량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구조를 이해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몇 년 후 꽤 크게 벌어질 거라고 봅니다. 지금 당장 본인이 보유한 ETF의 커버드콜 전략 유형과 어느 계좌에 있는지부터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