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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주가 분석 (밸류에이션, 수주잔고, 국채금리)

by 신연금연구 2026. 9. 11.

오라클의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인 152달러까지 밀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EPS(주당순이익)는 꾸준히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주잔고는 664억 달러, 우리 돈으로 800조 원을 넘어섰는데 주가만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2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이런 장면을 몇 번 지켜봤는데, 매번 느끼는 건 똑같습니다. 차트만 들여다보면 답이 안 나온다는 것입니다.



우상향하는 EPS 실적선과 금리 부담으로 하락하는 주가선의 괴리를 표현한 저울 일러스트
우상향하는 EPS 실적선과 금리 부담으로 하락하는 주가선의 괴리를 표현한 저울 일러스트

주가가 반토막 났는데 왜 나쁜 신호가 아닌가 — 밸류에이션과 수주잔고

몇 년 전 일이 떠오릅니다. 한 고객분이 보유 종목 주가가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며 새벽에 문자를 보내오셨습니다. "이거 망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그날 아침 실제로 살펴봤더니 그 회사의 EPS는 분기마다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고, 수주 물량도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주가가 떨어진 게 아니라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 금리 상승에 맞춰 압축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PE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쉽게 말해 '이 회사 이익의 몇 배까지 주가를 쳐줄 것인가'를 나타내는 배수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 배수가 자연스럽게 내려갑니다. 오라클의 경우 딱 1년 전인 2024년 9월 전후로 PER이 40배 가까이 형성되면서 주가가 340달러 부근까지 올라갔다가, 지금은 PER이 17배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태입니다. 회사가 망가진 게 아니라 시장의 할인율이 달라진 것입니다.

오라클의 수주잔고(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 RPO)는 664억 달러입니다. RPO란 계약은 완료됐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미래 수익의 총합으로, 쉽게 말해 '이미 따놓은 일감'입니다. 이 중 절반가량이 향후 36개월 이내에 실제 매출로 전환될 예정이고, 그 절반의 상당 부분이 OpenAI에서 발생합니다. OpenAI 관련 매출 본격화 시점은 2027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Oracle Investor Relations). 제가 직접 확인해 보니 AI 인프라 사이클을 이끄는 이른바 '빅 5' 기업 중에서 이만큼 구체적인 수주 파이프라인을 공개한 곳이 많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오라클의 현 상황에서 핵심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 EPS는 꾸준히 우상향 중이며, 이익의 방향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 RPO 664억 달러 중 절반이 36개월 내 매출 전환 예정으로, 2027년부터 OpenAI 기여분이 본격화됩니다.
  • PER이 17배까지 내려온 것은 금리 부담에 의한 밸류에이션 압축이지, 사업 펀더멘탈 훼손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간에서 패닉 매도를 선택한 고객분들이 나중에 가장 후회하셨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했던 것처럼, 진정한 투자자에게 변동성은 주식을 싸게 살 기회를 줄 뿐입니다. 물론 "싸게 보이는 것"과 "실제로 싼 것"을 구분하는 눈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함정이기도 합니다만.

요약: 오라클 주가 급락은 사업 훼손이 아닌 금리발 밸류에이션 압축이며, RPO 664억 달러와 OpenAI 파이프라인이 펀더멘탈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꺾여야 반등이 온다 — 계절성과 수급의 실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96%까지 다시 올라오면서 2023년 10월 고점(4.98%)에 바짝 다가선 것입니다. 여기서 10년물 국채금리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만기 10년짜리 채권에 대해 시장이 요구하는 이자율로, 전 세계 자산 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이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이 됩니다.

제가 과거 데이터를 들여다보면서 흥미롭게 본 것이 있습니다. 미국의 회계연도는 9월 말에 끝납니다. 그 결과 9월은 법인세 납부,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기업이 실적 발표 전 일정 기간 자사주를 매입하지 못하는 규정) 등이 겹치면서 시장 수급이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해지는 달입니다. 10월부터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고, 실적 발표 시즌이 열리면서 자사주 매입도 재개됩니다. 주가는 이 흐름을 미리 당겨서 반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FRED).

다만 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10월 중순이 되면 금리가 꺾인다"는 패턴은 2023년 사례를 포함한 몇 차례 관찰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 자체로 완벽한 규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가설에 가깝습니다. 2023년에는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급증이 금리를 밀어 올렸다가, 회계연도 전환 시점에 수급 압력이 완화되면서 꺾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메커니즘이 올해도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는 이 패턴을 참고하되, 그것만을 매수 근거로 삼지는 않습니다.

한편 키움증권 주가가 국내 증시의 선행지표로 거론되는 것도 눈여겨봤습니다. 국내 개인 투자자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브로커리지 1위 증권사인 만큼, 거래대금이 줄면 키움의 수익이 먼저 타격을 받고 주가가 먼저 꺾인다는 논리입니다. 2025년 2월에 키움증권 주가가 고점을 찍고 7개월 연속 음봉을 기록하는 동안 코스피는 6월까지 오히려 상승했던 흐름이 그 사례로 언급됩니다. 제 생각에는 이 단일 지표만으로 시장 방향을 단정하기보다는, 신고가·신저가 종목 개수나 코스닥 업종별 흐름 같은 여러 데이터와 함께 교차 검증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요약: 9월의 구조적 수급 공백이 해소되는 10월 이후 반등 가능성을 열어두되, 금리 고점 확인과 다중 지표 교차 검증이 선행돼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라클 PER 17배면 지금 살 만한 건가요?

A. PER 17배는 1년 전 40배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내려온 것이 맞습니다. 다만 '싸다'는 판단은 금리 환경과 향후 EPS 성장률 전망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제가 직접 살펴본 바로는 RPO와 OpenAI 파이프라인이 2027년 이후 매출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금리 고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분할 접근이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Q. 수주잔고(RPO)가 크면 주가가 오른다는 보장이 있나요?

A. 수주잔고는 미래 매출의 가시성을 높여주는 지표이지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RPO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구조, 그리고 시장 금리 수준이 모두 주가에 영향을 줍니다. 제 경험상 수주잔고를 근거로 투자했을 때 금리 변수를 간과해서 기다림이 길어진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Q. 9월 증시가 유독 약한 이유가 뭔가요?

A. 미국 회계연도 마감(9월 말)에 따른 법인세 납부 자금 이탈,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 기간 집중, 그리고 학기 시작에 따른 가계 지출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제가 과거 데이터를 찾아보니 9월은 통계적으로도 미국 주식 수익률이 가장 낮은 달로 꾸준히 기록돼 있습니다.

 

Q. 키움증권 주가가 코스피 선행지표라는 게 믿을 만한 근거인가요?

A.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특성상 브로커리지 수익이 선제적으로 반응한다는 논리 자체는 타당합니다. 다만 단일 종목의 흐름만으로 시장 방향을 예단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일 수 있어, 저는 이것을 참고 지표 중 하나로만 활용하고 다른 데이터와 교차 검증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결론

오라클을 보면서 제가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펀더멘탈의 방향과 주가의 방향이 일시적으로 어긋날 때, 그 원인이 사업 훼손인지 밸류에이션 압축인지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투자자의 핵심 역량이라는 점입니다. EPS는 우상향, RPO는 800조 원 돌파, OpenAI 파이프라인은 2027년 본격화. 이 세 가지가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PER만 17배로 눌렸다면, 그것이 기회인지 함정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금리라는 변수입니다.

10월 중순 이후 국채금리 고점 확인, 실적 시즌 재개, 자사주 매입 재개라는 수급 변화를 지켜보면서 분할 접근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제가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방향입니다. 확신보다는 확인 이후 행동하는 습관이 길게 보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20년 넘는 경험이 가르쳐 줬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KuYaESOq9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