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CXMT)의 전 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5~6%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애플이 이 회사에서 칩을 사겠다는 뉴스 한 줄에 삼성전자가 5% 넘게 빠졌습니다. 저도 그날 점심을 제대로 못 먹었습니다. 회의 내내 계좌 숫자가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애플의 중국 메모리 검토, 실제로 반도체에 영향이 있을까
애플이 미국 행정부에 로비를 넣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 주가가 흔들렸습니다. 표면만 보면 "중국산 저가 메모리가 시장에 풀리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수익성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논리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인과관계를 한 겹 더 뜯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공급 구조를 보면 됩니다. 현재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곳이 약 91%를 점유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창신메모리가 최대로 쳐줘도 9~10% 수준입니다. 이 물량이 갑자기 수출 시장에 풀린다고 해서 삼성과 하이닉스의 프리미엄 제품,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흔들 수 있을까요. 여기서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한 차세대 메모리로, AI 서버용 핵심 부품입니다. 창신메모리가 진입조차 못 한 영역입니다.
두 번째로 미국 연방 조달 규정(FAR)이라는 장벽이 있습니다. 여기서 FAR이란 미국 정부 조달에 쓰이는 제품의 부품 기준을 규정한 법령으로, 중국산 반도체가 들어간 전자기기는 정부 조달에서 원천 배제됩니다. 애플 매출의 상당 부분이 기업·정부 납품과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이걸 미국 행정부가 쉽게 열어줄 수 있을지 저는 회의적으로 봅니다. 게다가 창신메모리 자체 IPO 서류에도 "중국 내수 수요가 넘친다"라고 명시돼 있어서, 물량 자체를 애플에 팔 여유가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세 번째로 가격 메리트 문제입니다. 현재 창신메모리 칩 가격이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 대비 5~10% 싼 수준에 불과합니다. 중국 정부가 수출을 허용하는 순간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빠르게 수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애플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원가 절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하면, 이번 뉴스는 애플이 반도체 협상에서 레버리지(협상 카드)를 만들려는 목적이 크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그쪽에 더 무게를 둡니다. 실제로 마이크론 CTO가 X에서 "애플이 과거 저가 구매 전략으로 우리 설비 투자 여력을 압박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 자체가, 이 구도가 단순한 공급망 이슈가 아니라 협상 주도권 싸움임을 보여줍니다.
- 창신메모리 점유율 5~6%,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 합산 91%
- 미국 연방 조달 규정(FAR)상 중국산 칩 탑재 제품 정부 조달 배제
- 창신메모리 가격 메리트 5~10% 수준, 수출 허용 시 가격 수렴 가능성 높음
- 창신메모리 IPO 서류에 "중국 내수 수요 포화" 명시 → 물량 여유 불투명

코스닥 7% 급등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어떻게 읽어야 하나
같은 날 코스닥은 7% 넘게 올랐습니다. 제가 직접 계좌를 확인하면서 반도체 주가 하락보다 코스닥 급등이 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수급이 반도체에만 몰려서 바이오·2차 전지 종목들이 호재가 있어도 제값을 못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날 알테오젠이 9%대 급등했고, 에코프로비엠이 13%, LG에너지설루션이 15% 올랐습니다. 올릭스는 로레알로부터 1,0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발표하면서 25% 급등했습니다. 이렇게 단숨에 다 반영되는 것을 보고 "이건 추세 전환이 맞다"라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날 수급의 핵심은 기관 단독 매수였습니다. 외국인은 200억 원대 매도를 유지했고 개인도 뚜렷하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패시브 펀드(Passive Fund)라는 개념을 짚고 가면 이해가 쉽습니다. 패시브 펀드란 특정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펀드로, 종목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지수 안에 있는 모든 종목을 비중대로 사고파는 방식입니다. 코스닥 150 ETF 같은 상품이 대표적입니다. 이날 코스닥 상승이 ETF 기반의 바스켓 매수와 맞물린 면이 있어서, 개별 종목의 호재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엔 이른 측면이 있습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도 같은 날 겹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가 전략 회의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가 공개됐습니다. 단기 주가 반응으로 보면 "투자가 늘면 배당 여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반도체 주가 하락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그 시각이 좀 단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재 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이라는 개념을 여기에 적용해 보면 됩니다. 잠재 성장률이란 한 경제가 물가 상승 없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최대 속도를 의미합니다. 인구가 줄고 있는 한국에서 이 수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기술 혁신과 투자밖에 없습니다(출처: 한국은행). 그 관점에서 보면 이번 클러스터 투자는 단순히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투자입니다.
호남 지역의 총 발전 설비가 23GW를 넘고 그중 47% 이상이 태양광인 점, 해안에 인접해 용수 확보에 유리한 점은 반도체 팹(Fab) 입지 조건과 맞아떨어집니다. 여기서 팹이란 반도체를 실제로 생산하는 제조 공장을 말합니다. 한국 건설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팹을 지을 수 있다는 경쟁력은 이번 투자의 실행 속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대형 인프라 투자 발표는 처음 나올 때가 아니라 실제 착공이 확인될 때 주가가 다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추이를 보는 것이 맞습니다.
- 코스닥 7% 급등은 기관 단독 드리블, 외국인·개인 수급 미확인 — 지속성 판단은 유보
- 호남 발전 설비 23GW 이상, 태양광 비중 47% — 반도체 팹 RE100 조건 유리
- 잠재 성장률 제고 차원에서 이번 클러스터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
- 삼성·SK 투자 발표 이후 건설 중소형주, 소부장, 로봇 관련주 동반 상승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대비 10% 이상 빠지지 않은 이상, 지금 당장 매도를 결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7월 1일 수출 지표와 7월 7일 삼성전자 잠정 실적 발표가 이번 노이즈의 실제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숫자를 줄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뉴스 한 줄에 계좌를 들여다볼수록 판단이 흔들립니다. 오히려 지표가 나오는 날까지 의도적으로 눈을 덜 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전환 시기에 "기다리며 지켜보겠다"는 전략을 썼다는 점, 그리고 지금 애플이 AI 투자에서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하면 영원한 1등은 없다는 교훈이 다시 선명해집니다. 변화하는 쪽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에 주목하는 것이 지금 시장에서 가장 유효한 태도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