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마이크론 실적 보고서를 팀원들과 분석하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내면서 동시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발표했을 때, 팀원 한 명이 물었습니다. "팀장님, 이게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 그 질문의 답이 지금 알파벳 실적 발표 국면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알파벳은 2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동시에 CAPEX 가이던스를 대폭 상향했습니다.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3%대 하락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자들은 밤새 뉴스를 들여다봤을 겁니다. 이 흐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CAPEX 확대, 악재일까 기회일까
제가 팀원에게 당시 했던 말이 이겁니다. "네가 식당 사장이야. 매일 두 시간씩 줄이 서 있어. 그럼 어떻게 해?" 팀원은 바로 대답했습니다. "가게 넓혀야죠." 그게 CAPEX입니다. CAPEX(자본적 지출)란 기업이 미래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집행하는 대규모 설비·인프라 투자를 뜻합니다. 당장 분기 이익을 깎아먹지만, 수요가 실재한다면 2~3년 뒤 회수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알파벳이 이번에 제시한 CAPEX 가이던스 상향은 단순한 지출 증가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증설, AI 인프라 확충,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 용량 확보를 위한 투자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이 투자를 두 가지 상반된 시각으로 동시에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쪽은 "AI 수요가 이만큼 크다는 자신감"으로 읽고, 다른 쪽은 "정말 그 수요가 실현될 것이냐"를 의심합니다.
저는 솔직히 두 번째 의심이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2022년 메타는 메타버스에 4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고, 주가는 75%까지 폭락했습니다(출처: Meta Investor Relations).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수요 실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선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AI 클라우드 수요는 메타버스와 달리,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 트래픽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다릅니다. 저도 실적 분석 작업에 AI를 쓰는 빈도가 2년 전과 비교하면 비교가 안 될 만큼 늘었습니다. 수요는 이미 존재합니다. 관건은 그 수요가 CAPEX 회수 속도를 따라잡느냐입니다.
- 단기 투자자 관점: CAPEX 확대 → 분기 이익 압박 → 단기 주가 부담
- 장기 투자자 관점: 수요 확인된 투자 → 2~3년 뒤 이익 레버리지 가능
- 핵심 전제 조건: AI 서비스 수익화가 계획 대비 지연되지 않아야 함
클라우드 매출과 삼성전자의 연결고리
알파벳의 클라우드 부문인 Google Cloud는 이번 분기에도 기대치를 상회했습니다. 클라우드 매출이 왜 중요한지는 이렇게 보면 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데이터센터에서 작동하고, 데이터센터는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DDR5D램을 대량으로 소비합니다. HBM이란 여러 층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초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메모리 반도체로, AI 연산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HBM 시장의 핵심 공급자라는 것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자자들이 알파벳 실적을 밤새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제가 2017년 마이크론 분석 때 팀에서 썼던 비유가 "청바지와 곡괭이"였습니다. 골드러시 때 금을 캔 사람보다 청바지와 곡괭이를 판 사람이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었다는 논리입니다. 알파벳이 AI로 돈을 버느냐는 아직 검증 중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품을 공급합니다. 이 구조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클라우드 고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막연히 "2028년까지는 괜찮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전제 조건을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서비스 수익화가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이 꺾이고 동시에 CAPEX 삭감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때 메모리 수요는 단기에 급격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낙관론의 전제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삼성전자의 PER(주가수익비율)이 현재 7배 수준이라는 수치 자체는 매력적이지만(출처: 한국거래소), 이익 개선의 속도가 전제돼야 그 매력이 의미를 가집니다.

미·중 기술 경쟁과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배경
테슬라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자율주행과 옵티머스 로봇에 대한 투자 로드맵이 구체화되지 않으면서 애프터마켓에서 4%대 하락했습니다. 본업인 전기차는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다음 성장 동력이 언제 돈을 버냐"는 시장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쿠팡 상장 초기가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솔직히 "손정의 회장이 헛돈 쓰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결과는 알고 있습니다. 4~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테슬라가 그 흑자전환 구간을 버텨낼 수 있느냐가 지금의 질문입니다.
한편 미·중 기술 경쟁 구도는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받치는 또 다른 기둥입니다. 미국이 엔비디아 칩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은 자국산 AI 칩 개발을 가속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딥시크(DeepSeek) 계열 모델입니다. 양측 모두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이 경쟁 구도가 지속되는 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는 어느 한쪽이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상 줄어들기 어렵습니다.
과잉 공급(오버서플라이)이 현실화되는 시점은 저도 2030년 이전에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과잉 공급이란 공급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을 말하는데, 현재는 오히려 쇼티지(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시점까지는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단순화는 위험합니다. 목표 연도가 계속 미뤄지는 패턴, 즉 "2026년까지는 괜찮다"가 "2027년", "2028년"으로 반복 갱신되는 것은 전망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제가 외부 데이터를 볼 때 항상 전제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알파벳 CAPEX 확대가 삼성전자 주가에 왜 영향을 주나요?
A. 알파벳이 데이터센터를 늘리면 HBM과 D램 수요가 늘어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메모리를 공급하기 때문에, 알파벳의 투자 규모가 곧 두 기업의 매출 전망과 직결됩니다. 구글 클라우드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면 반도체 공급사에 안도 신호가 되는 이유입니다. 이 연결고리를 이해하면 왜 국내 투자자들이 밤새 미국 실적 발표를 지켜보는지 납득이 되지 않나요?
Q. 삼성전자 지금 사도 되나요, 기다려야 하나요?
A. 현재 삼성전자 PER이 7배 수준이라는 것은 내년 이익 개선이 50% 이상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5배 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단기 레버리지 없이 현물로 분할 매수한다면 지금 구간이 불리하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AI 수익화 지연 시나리오는 반드시 본인 스스로 점검해 본 뒤 판단하는 것이 맞습니다.
Q. 테슬라 실적이 현대차 로봇주에도 영향을 주나요?
A. 테슬라의 옵티머스 대량 양산 일정이 불투명하다는 신호는 로봇 관련주 전반에 부담이 됩니다. 현대차의 아틀라스 역시 막대한 추가 투자가 예정돼 있어, 테슬라가 먼저 "수익화 가능성"을 보여주는지가 현대차 로봇 사업부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줍니다. 두 기업의 흐름을 같이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Q. 미·중 기술 경쟁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왜 호재인가요?
A. 미국과 중국이 각자 AI 인프라를 독립적으로 구축하려 하면, 메모리 수요처가 두 배로 늘어납니다. 어느 한쪽이 이기든 데이터센터용 메모리는 필요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양쪽 모두에 공급 가능한 위치에 있습니다. 과잉 공급 국면이 오기 전까지는 이 구조가 유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알파벳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이 흔들리는 건 예상된 패턴입니다. 제가 2017년 마이크론 분석 때 팀원에게 했던 말, "줄이 계속 서느냐를 봐야지, 가게 넓힌다는 사실 자체를 볼 게 아니야"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AI 클라우드 수요는 실측 가능한 수준으로 존재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그 수요를 받치는 구조 안에 있습니다.
다만 낙관론의 전제 조건은 명확히 해야 합니다. AI 서비스 수익화 속도, CAPEX 회수 가능성, 과잉 공급 전환 시점. 이 세 가지가 흔들리면 지금의 낙관 시나리오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변동성 구간에서 레버리지를 피하고, 현물 중심의 분할 접근으로 대응하는 것이 지금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