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그날 아침에 완전히 패닉 상태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는데 주가가 빠지고, 삼성전자가 오르고 있었거든요. 좋은 실적이 나오면 주가가 오른다는 기본 공식이 그날만큼은 완전히 반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글은 그날 제가 겪은 혼란과, 그 이후 조금씩 정리된 생각을 기록한 것입니다.
실온에 터지던 날, 저는 아무것도 못 읽었습니다
그날 장 초반, SK하이닉스 주가가 약보합으로 시작하는 걸 보고 처음엔 단순한 눌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오히려 강하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이게 셀온(Sell on News) 현상이라는 걸 제대로 이해했습니다. 세론이란 호재 발표를 미리 예상하고 주가에 반영한 뒤, 정작 발표 당일에는 매도가 나오는 흐름을 말합니다. 기대감으로 미리 올려놨으니 발표 후엔 팔 이유가 생기는 겁니다.
그 상황에서 더 당황스러웠던 건 장중에 갑자기 중동발 루머가 돌면서 코스피가 4% 가까이 출렁인 일이었습니다. 쿠웨이트 영공에서 미사일이 탐지됐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선물이 급락하고, 국내 지수도 한때 -1.7%까지 밀렸습니다. 저는 그 순간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정말 갈팡질팡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안 했는데, 오후 들어 지수가 거의 원점 수준으로 반등했습니다.
나중에 수급 데이터를 보고 더 놀랐습니다. 외국인 전체는 순매도였는데, 삼성전자만 약 7,500억 원어치를 사들이고 있었거든요. 외국인이 전체적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대형주 중에서도 삼성전자를 골라서 담는 흐름이었던 겁니다. 그 신호를 그날 장중에 읽지 못한 게 지금도 좀 아쉽습니다.
이날의 흐름에서 제가 확인한 건 하나입니다. 장중 루머에 흔들려서 강한 종목을 손절하면, 반등 때 그 수익을 고스란히 놓친다는 것. 아침에 강했던 종목들은 지수가 빠졌을 때 같이 빠졌다가, 지수가 올라오면서 다시 원위치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장 전체가 출렁이는 날일수록 오전 강세 종목의 속성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게 중요합니다.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어느 걸 사야 하나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실적 발표 때마다 두 종목이 번갈아 가며 강세를 보이다 보니, 하나를 사면 다른 게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 관계가 개인 투자자에게는 꽤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이걸 해결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반도체 ETF 하나로 두 종목을 동시에 담으면 되는 겁니다. ETF(Exchange Traded Fund)란 특정 지수나 업종을 추종하는 종목들을 묶어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으로, 개별 종목 선택의 부담 없이 섹터 전체의 방향성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쉬면 SK하이닉스가 오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반도체 ETF는 두 종목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평균 내줍니다.
다만 반도체 ETF를 고를 때 하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ETF마다 구성 비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담는 비중이 높은 ETF가 있는가 하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 위주로 담은 ETF도 있습니다. 이 둘은 같은 반도체 상승장에서도 수익률이 꽤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48세에 와서야 이 차이를 인식하게 됐다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합니다.
이 시기 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섹터 순환매였습니다. 순환매란 특정 업종이 오르면 다음엔 다른 업종으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흐름을 말하며, 지수 자체는 크게 오르지 않아도 개별 섹터는 강하게 움직이는 장세를 만들어냅니다. 반도체가 숨을 고르는 사이에 조선, 2차 전지, 원자력 관련 종목들이 차례로 강세를 보였고, 실제로 LS일렉트릭은 하루에만 11%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장세에서는 특정 종목을 쥐고 있다가 상승 사이클을 놓치는 것보다, 순환 흐름을 파악하고 ETF로 섹터 전체를 담는 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 시기 반도체 업황 판단의 기준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된 것이 OPM(Operating Profit Margin), 즉 영업이익률입니다.
영업이익률의 기울기가 주가라는 말, 이제 좀 이해됩니다
이 방송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말은 "OPM의 기울기가 주가"라는 표현이었습니다. OPM이란 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로, 기업이 본업에서 실제로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중요한 건 이 수치 자체가 아니라 그게 올라가는 속도, 즉 기울기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분기에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을 때, 시장이 주목한 건 그 숫자가 아니라 다음 분기에도 72%를 넘을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숫자 자체가 높아도 증가세가 꺾이면 주가는 먼저 반응합니다. 반대로 이익이 아직 작더라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종목은 주가가 선행합니다. 이게 성장주 투자의 핵심 논리입니다.
이 논리를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직접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 관심 종목 선택 후 재무제표 탭으로 이동
- 연결 기준 분기 영업이익률 추이를 최근 4~8분기 범위로 확인
- 이익률이 올라가는 종목, 이익률이 꺾이는 종목을 비교
이 세 단계만으로도 지금 시장에서 어떤 종목이 살아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걸 재무제표 전체를 분석한다는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단 한 줄짜리 숫자 흐름으로 이해하게 된 게 이번 계기였습니다.
반도체 수요에 대해 SK하이닉스 컨퍼런스콜에서 언급된 LTA(Long-Term Agreement), 즉 고객사와의 중장기 공급계약 확대는 이 업종이 과거의 시클리컬(경기 민감형) 산업에서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시클리컬이란 경기 흐름에 따라 실적이 크게 오르내리는 업종을 말하며, 반도체는 오랫동안 이 분류에 속했습니다. 그런데 AI 서버, 데이터센터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면서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지금 주가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AI 관련 자본지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이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증가로 직결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시장동향). 국내 반도체 업종 전반의 수급 흐름 역시 외국인 매수세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 국면에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결국 이날 제가 얻은 교훈은 간단합니다. 삼성전자냐 SK하이닉스냐를 고민하는 시간에 반도체 ETF의 구성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HTS에서 영업이익률 추이를 확인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라는 것. 변동성이 큰 날일수록 루머에 반응하기보다 수급 데이터를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48세에 아직도 배우는 중이지만, 이런 날들이 쌓여야 조금씩 덜 흔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