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터졌을 때 투자 4분법 포트폴리오의 MDD(최대낙폭)가 8~9%에서 막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게 단순한 이론 수치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그 시기 저는 코스피 200 ETF 하나만 들고 -15%가 찍히는 걸 보며 멘털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거든요. 분산투자의 필요성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몸으로 배우는 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MDD 8% vs 15%, 숫자가 말해주는 분산의 실력
MDD(Maximum Drawdown)란 특정 기간 동안 포트폴리오가 고점에서 저점까지 최대 몇 퍼센트 하락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가장 많이 잃었을 때의 폭'으로, 수익률 못지않게 투자 전략의 내구성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이 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코스피 200 ETF 단일 종목을 들고 있을 때 MDD가 -15%까지 벌어지는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 주식, 미국 주식, 금, 미국 국채 4개 자산을 25%씩 나눠 담는 투자 4분법은 같은 시장 충격에서 MDD를 절반 수준으로 막아냈습니다. 이게 이론이 아니라 실제 중동 발 충격에서 검증된 숫자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달랐습니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달러 자산 비중이 핵심입니다. 투자 4분법에서는 S&P 500, 미국 국채, 금이 모두 달러 기반으로 거래됩니다. 국내 증시가 빠질 때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서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가 자동으로 손실을 방어해 주는 겁니다. 실제로 금 ETF 가격이 금 한 돈 기준 100만 원을 다시 넘었던 것도 이 흐름의 연장선이었고요.
여기서 골드만삭스 등 월가 투자은행들이 반복적으로 꺼내는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경고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솔직히 이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좀 흔들렸는데, 숫자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현재 거론되는 사모 대출(Private Credit) 부실 규모는 미국 GDP 대비 5% 안팎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제 손실이 GDP의 약 25%였던 것(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과 비교하면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사모 대출이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사모펀드나 기관이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시스템 은행과의 연계성이 낮아 연쇄 도산 가능성이 제한적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막연한 공포에 휩쓸릴 이유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투자 4분법과 5분법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투자 4분법: 한국 주식 25% / 미국 주식(S&P 500) 25% / 금 25% / 미국 국채 10년 선물 25%
- 투자 5분법: 위 4개 자산 각 20% + CD ETF 20% 추가
- CD ETF의 역할: 연 2.5%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 중도 해지 수수료 없이 언제든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리밸런싱 재원
48세에 실행에 옮긴 것들, 그리고 여전히 남은 질문
저는 이 내용을 접한 뒤 실제로 포트폴리오를 바꿨습니다. S&P 500 ETF를 코어로 두고 금 ETF와 미국 국채 ETF를 조금씩 섞었고, CD ETF도 약 20% 비중으로 편입했습니다. 처음엔 이게 뭔 조합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이게 제일 마음 편한 구성입니다.
리밸런싱(Rebalancing)이란 시장 변동으로 인해 틀어진 자산 비중을 원래 목표 비율로 다시 맞추는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이 급락해서 주식 비중이 20%에서 15%로 줄어들면 CD ETF에 넣어둔 현금으로 주식을 추가 매수해 비중을 복원하는 방식입니다. 이 작업이 가능하려면 리밸런싱 할 재원, 즉 '총알'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CD ETF 20%가 그 역할을 합니다.
물론 수익률은 좀 낮아집니다. 현금성 자산이 들어가는 순간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장 동력은 그만큼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48세라는 나이에서 보면 이 트레이드오프는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자산 형성기에서 자산 보전기로 조금씩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가구의 금융자산 비중은 전체 자산의 20% 미만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통계청). 그동안 부동산에 집중됐던 구조를 주식과 금융자산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이미 방향을 바꾸는 일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커버드콜 ETF 관련 설명이었습니다. 커버드콜(Covered Call)이란 보유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매도해 옵션 프리미엄을 받는 전략으로, 상승 수익을 제한하는 대신 월 배당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젊은 사람에게는 불필요하고 은퇴를 앞둔 분에게 어울린다는 설명은 이해했는데, 그 경계가 몇 살인지 기준이 없었습니다. 저처럼 48세인 경우 젊은 쪽인지 은퇴 준비자 쪽인지 이 내용만으로는 판단이 서지 않더라고요. 나이보다는 자산 규모, 현금 흐름 필요 여부, 투자 목적에 따라 기준을 제시해 줬으면 훨씬 실용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분산투자를 아는 것과 실제로 버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15%를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분산의 의미를 체감했습니다. 지금 포트폴리오로 바꾼 뒤 시장이 흔들려도 계좌를 자주 들여다보지 않게 됐습니다. 그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 만약 아직 단일 자산에 집중돼 있다면, 지금 당장 전부 바꿀 필요는 없더라도 리밸런싱 재원부터 마련해 두는 것을 권합니다. 시장이 빠질 때 쓸 총알이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가 달라집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상황과 판단을 기준으로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