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계좌가 빨간불로 가득할 때,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가장 나쁜 결정을 내립니다. 저도 비슷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팀원이 에코프로를 -27%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갈아타겠다고 했을 때, 그건 투자 판단이 아니라 공포 반응이었습니다. 하락장에서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리밸런싱과 손절, 감정으로 하면 두 번 틀린다
2023년 하반기, 2차 전지 버블이 꺼지던 시기였습니다. 코스피는 오르는데 에코프로 같은 종목은 날마다 빠졌습니다. 팀원 한 명이 저한테 왔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로 갈아탈까요? 원전 수주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요." 저는 되물었습니다. "지금 팔고 싶은 이유가 두산에너빌리티가 오를 것 같아서야, 아니면 에코프로가 무서워서야?" 그 친구는 대답을 못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전형적인 손실 회피 편향에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손실 회피 편향이란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얻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볼 때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이 편향이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손실 중인 종목을 팔아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고 싶어 집니다. 그러나 -27%에서 팔아 다른 종목을 샀는데 그것마저 빠지면, 삽질을 두 번 하는 겁니다.
리밸런싱(rebalancing)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여기서 리밸런싱이란 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을 원래 목표 비율로 되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 주도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면, 덜 빠진 종목을 팔아 주도주로 이동하는 것이 리밸런싱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이걸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하면 기준이 흐려집니다. 저는 그 팀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불안한 거지, 판단이 아니야."
실제로 하락장에서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미리 매매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경험상 효과 있었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도 이유는 반드시 매수 이유의 소멸이어야 한다. 공포는 이유가 아니다.
- 갈아타기를 결정하기 전, 새로 살 종목의 매수 근거를 먼저 적어본다.
- 반등 없이 연속 하락하는 날에는 신규 매매를 금지한다.
이 세 가지를 지켰다면 당시 많은 분들이 2차 전지에서 원전주로, 원전주에서 또 다른 테마로 쫓아다니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개인 투자자의 매매 빈도와 수익률 간의 역관계는 학술적으로도 검증되어 있습니다. 바버(Barber)와 오딘(Odean)의 연구에 따르면 매매 빈도가 높은 개인 투자자일수록 시장 평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출처: UC Berkeley Finance Research).
거래량으로 읽는 반등 신호, 그리고 방송이 말하지 않는 것
하락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지금 사도 되나요?"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타이밍을 그렇게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전에서는 차트와 수급 지표를 동시에 봐야 그나마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거래량은 주가 움직임의 진위를 판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거래량이란 특정 기간 동안 실제로 매수와 매도가 체결된 주식 수를 말합니다. 주가가 바닥에서 반등하더라도 거래량이 동반되지 않으면 그건 단순한 기술적 반등, 즉 가짜 반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진짜 반등은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나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차트를 예로 들면, 전저점 부근에서 거래량이 터지지 않은 상태의 반등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수급(需給), 즉 주식 시장에서 특정 종목 또는 시장 전체에 대한 매수세와 매도세의 균형 상태도 함께 봐야 합니다. 수급이란 쉽게 말해 "지금 누가 사고 있고 누가 팔고 있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만 버티는 장은 불안정합니다. 실제로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선물과 옵션 계약이 같은 날 만료되는 날로, 대규모 포지션 청산이 발생해 주가 변동성이 커집니다)처럼 이벤트가 겹치는 날은 수급 데이터가 왜곡되기 때문에 그날 하루의 수급만으로 방향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솔직한 비판을 하고 싶습니다. "단타 치면 죽는다"라고 하면서도 매일 아침 매수·매도 타이밍을 제시하는 방송 구조, 이 두 메시지는 충돌합니다. 반등 나올 때 트레이딩 잘하라는 말은 결국 단기 매매를 권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단타를 권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시청자를 향한 면책 언어에 가깝습니다. 이 간극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더 정직한 소통이라고 저는 봅니다.
변동성 장에서 개인이 버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하면, 현금 비중을 높이고 반등을 기다리는 것, 혹은 타이밍 판단 없이 분할 매수로 리스크를 나누는 것, 이 두 가지 외에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선택이 맞는지는 개인의 투자 성향과 자금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국내 주식 시장은 사이클(시클리컬)이 뚜렷해서 미국 시장처럼 무조건적인 장기 보유 전략이 언제나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코스피의 장기 수익률과 사이클 특성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KRX)의 통계 자료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하락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 아닙니다. 감정이 판단인 척 위장하는 순간입니다. 제 경험상 이걸 구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금 매도하고 싶은 이유를 종이에 한 문장으로 적어보는 것"입니다. 쓰지 못하면 공포입니다. 명확하게 쓸 수 있으면 그때 행동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 계좌가 빨간불이더라도, 움직이기 전에 한 번만 더 멈춰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