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약속의 2시'라는 말을 올해 처음 알았습니다. 하이닉스가 오전에 3% 내리다가 오후 2시를 넘기자마자 7%대로 튀어 오르는 걸 눈앞에서 봤는데, 그 직전에 절반을 정리해버렸거든요. 그날 이후로 이 시장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를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하루에 4~5%씩 오르내리는 장세가 2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고, 그게 단순한 심리 탓인지 아니면 구조가 바뀐 건지 짚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비트코인보다 높은 변동성, 지금 시장 구조가 달라졌다
올해 연초 이후 코스피의 일간 수익률 변동성을 계산해 보면 60%대에 달합니다. 여기서 변동성(Volatility)이란 하루 수익률이 평균 대비 얼마나 크게 흔들리는지를 나타내는 통계 지표입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예측하기 어렵고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인데, 이 수치가 비트코인보다 높다는 건 저도 처음 접했을 때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과 비슷한 수준이라니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거든요.
이 변동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레버리지 ETF입니다. 레버리지 ETF(Leveraged Exchange Traded Fund)란 기초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문제는 이 상품들이 매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데, 그 시점이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부근에 집중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장 초반 방향이 오전 10시 이후에야 잡히고, 오후 2시에는 무섭게 방향이 꺾이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흐름을 개인 투자자가 단기적으로 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이 4조~5조 원 수준인데, 레버리지 ETF 관련 거래가 12조 원대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국내외 파생 포지션, 미국 야간 선물까지 얽혀 있으니 선수들도 맞추기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이 구조 자체가 과거 사례와는 다른 새로운 변수라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수급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신호가 감지됩니다. 한국 관련 해외 ETF인 EWY, KORU, DRAM 티커에서 약 3주간 이어졌던 자금 유출이 멈추고 유입으로 돌아섰습니다(출처: 금융투자협회). 연기금도 5 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하이닉스 중심으로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매도하던 패턴이 멈췄는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방향 전환의 초입에 있는 건 맞아 보입니다.
20% 급락의 공통점, 지금 하락은 다른 종류다
1980년대 이후 코스피가 연간 20% 이상 하락한 해는 여섯 번뿐입니다. 1990년, 1996년, 1997년, 2000년, 2008년, 2022년이 그것인데, 저는 이 목록을 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전부 실질적인 상황 변화가 먼저 있었다는 겁니다.
1990년에는 경상수지가 갑자기 적자로 전환됐고, 1996년에는 D램 현물가가 53달러에서 16달러로 폭락했습니다. 1997년은 IMF 외환위기, 2000년은 닷컴 버블 붕괴,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은 미국 연준(Federal Reserve)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 배경이었습니다. 여기서 연준이란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기준금리를 조절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입니다(출처: Federal Reserve).
반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7월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했고, D램 수출 단가는 같은 기간 527% 올랐습니다. 수출 총액 549억 달러는 동기간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국내 주요 기업들의 부도 소식은 없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데이터만 보면 이번 하락을 과거 여섯 번의 사례와 같은 선상에 놓기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건 공포 자체가 아니라 공포에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저도 하이닉스가 빠지는 걸 보고 "더 빠지겠지"라는 생각에 정리했다가 반등을 통째로 놓쳤으니까요. 그날의 매도 판단이 실적이나 수출 데이터에 근거한 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들
구글 알파벳이 2028년 초 출시를 목표로 AI 서버 전용 칩 '프로젠(Progen) v2'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TPU 대비 6~10배 효율이 높다고 하는데, TPU(Tensor Processing Unit)란 구글이 AI 연산을 위해 자체 개발한 전용 반도체입니다. AMD도 HBM4를 탑재한 랙 단위 AI 시스템 '헬리오스'를 연내 공개한다고 발표하며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오픈 AI, 오라클, 앤스로픽을 고객사로 거론했습니다. 수요 측에서 칩이 부족해서 직접 설계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 자체가, 반도체 시장이 쪼그라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 D램 수출 단가: 전월 대비 22% 상승, 전년 동기 대비 527% 상승
- 반도체 수출: 7월 1~20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0% 증가
- 신용융자 잔고: 33조 원까지 감소하며 강제 청산 물량 소화 진행 중
- 투자자 예탁금: 108조 원 수준 유지, 100조 원 선 지키는 중
- 연기금: 5거래일 연속 순매수, 하이닉스 집중 매수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수비형 전략
저는 그날 하이닉스를 팔고 나서 스스로 규칙을 하나 정했습니다. 미리 정해둔 비중 안에서만 움직이고, 레버리지 상품은 절대 손대지 않는다는 겁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천하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주가가 갑자기 오르면 "지금이라도 더 사야 하나" 싶고, 빠지면 "일단 빼자"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올라오거든요. 결국 계획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지금 장세에서 수비형 투자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 과도한 매수나 매도를 피한다. 둘째, 현재 보유 비중이 높다면 추가 하락 시 어느 수준까지 줄일지 미리 기준을 세워둔다. 셋째, 시장 구조가 안정될 때까지 포지션을 유지한다. 이 중 가장 지키기 힘든 게 세 번째인데, 주가가 올랐을 때 "그래도 지금 팔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유혹이 제일 강하게 옵니다.
주주환원 정책도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변수입니다. 주주환원(Shareholder Return)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행위입니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 자체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배당보다 장기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가가 빠질 때 자사주를 대규모 매입해 온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에 비해 주주환원 발표가 아직 약하다는 시장의 불만이 있고, 이 부분이 구체화되면 코스피 밸류에이션(Valuation, 기업의 적정 가치 산정)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7월 실적 발표 시즌이 지나면 8~10월은 실적 팩터보다 수급과 모멘텀이 시장을 이끄는 구간입니다. 저는 이 구간을 무리하게 공략하기보다 단단히 버티면서 체크 포인트를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회사 후배들이 "요즘 어때요" 물어보면 씁쓸하게 웃으며 "그냥 버티는 거지"라고 하는데, 사실 이게 지금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답인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반도체 주가가 저점이라고 봐도 되나요?
A. 저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20% 이상 급락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실질적인 상황 변화(수출 감소, 경상수지 적자, 금융위기 등)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용융자 잔고 감소와 연기금 연속 순매수 같은 수급 신호는 바닥 구간의 특징과 겹칩니다. 다만 레버리지 ETF 구조로 인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올인하기보다는 분할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Q. 레버리지 ETF가 왜 시장 변동성을 키우나요?
A. 레버리지 ETF는 매일 장 중에 기초 지수 수익률의 2~3배를 맞추기 위해 선물 매매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합니다. 이 리밸런싱이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집중되면서 해당 시간대에 큰 방향 전환이 발생하는 겁니다. 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약 4~5조 원)보다 레버리지 관련 거래(약 12조 원)가 훨씬 큰 상황이라 시장 전체가 이 흐름에 끌려다니는 구조입니다.
Q.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어디가 더 유망한가요?
A. 단기적으로는 HBM3e 공급 점유율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실적 가시성 면에서 앞서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4 양산 준비 완료와 파운드리 수요 확대라는 두 가지 기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건 개인적 분석이며, 실제 투자 판단은 각자의 리스크 허용 범위와 보유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하반기 코스피 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A. 7월 실적 발표 이후 8~10월은 계절적으로 실적 팩터의 영향이 다소 줄어드는 구간입니다. 반도체 수출 데이터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주주환원 정책이 구체화된다면 저평가 해소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 타임라인(8월 이후)과 외국인 수급 지속 여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결론
제가 이 장세를 들여다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건 "하락의 원인이 생각이냐, 상황이냐"를 구분해야 한다는 시각이었습니다. 과거 대형 급락장은 전부 실질적인 상황 변화가 먼저 있었고, 지금은 반도체 수출과 실적 모두 확장 중입니다. 이 사실은 낙관론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물론 레버리지 ETF 구조라는 새로운 변수를 단순히 "심리 탓"으로 뭉뚱그리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이 부분이 과거 공식과 다른 점이고, 그래서 수비형 접근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는 당분간 미리 정해둔 비중과 기준을 지키면서, 신용융자 추가 감소와 외국인 수급 방향을 하나씩 확인해 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