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단 하루 만에 5.5% 넘게 뛰었습니다. 미국-이란 종전 합의 소식이 전해진 날 아침, 저는 그 숫자를 보고 2022년 2월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전쟁이었고, 그때도 시장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공포가 기회였다는 걸, 저는 직접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전 기대감 소멸 이후, 시장은 어디로 가나
전쟁이 끝나면 주가가 오른다는 공식, 정말 그렇게 단순할까요?
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코스피가 장중 2.6% 빠지던 그날, 저는 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지정학 리스크로 시장이 빠지면 그건 보통 기회야." 막내가 의아해했지만, 이후 몇 달간 시장은 조용히 회복했습니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쟁이 시작된 날부터 분할 매수를 이어갔고, 종전 합의 소식이 나온 날 코스피는 8%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솔직히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종전이 되면 기대감이 소멸되고 이제 실적으로 승부하는 시장이 된다"는 분석은 맞습니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시장이 펀더멘털(기업의 실제 경영 성과와 재무 건전성을 의미하는 핵심 지표)로 재평가받는 국면으로 전환된다는 진단도 타당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한 가지 질문이 빠졌습니다. "종전 기대감을 타고 들어온 자금들이 이탈하진 않을까?" 주식 시장에서 "호재 실현 = 차익실현"이라는 공식은 "악재 해소 = 매수 기회"만큼이나 반복됩니다. 이 전환 과정에서 단기 변동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짚어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장을 보는 눈은 실적 중심으로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외국인은 종전 소식이 나온 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기,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순으로 매수에 나섰습니다. 이 흐름은 유가 하락 수혜와 AI 반도체 공급망을 동시에 겨냥한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유가 하락 수혜주가 급등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리면 원유 수송 비용이 줄고, 항공유 단가가 내려가 항공사 영업이익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지금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외국인 수급: 전 거래일 2조 7천억 원 넘게 매수 후 이틀 연속 순매수 지속
- 유가 하락 수혜주: 대한항공 등 항공주 12%대 급등
- AI 공급망 병목: 삼성전기 MLCC(적층 세라믹 커패시터, AI 칩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전자부품) 쇼티지 지속으로 12%대 상승
- 실적 시즌 프리뷰: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6월 25일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반도체 풍향계 역할 예정
2026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으며, 환율 상승까지 겹쳐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스페이스 X 상장과 외국인 수급의 연결고리
스페이스 X가 공모가 135달러에 상장해 종가 160달러로 마감, 하루 만에 19% 급등했습니다. 전 세계 시가총액 7위에 오르며 TSMC 바로 다음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건 숫자 자체보다 그 이후의 흐름이었습니다.
배정받지 못한 초과 수요 규모가 200억 달러, 원화로 약 340조 원에 달합니다. 이 자금이 지금 갈 곳을 찾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서학개미들도 스페이스 X 공모에 약 1.8조 원을 넣었지만 배정을 받지 못했고, 그 자금이 현재 부유 중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자금이 과연 코스피로 흘러들어올까요?
리밸런싱(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을 목표 비율에 맞게 재조정하는 작업)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주식을 들고 있다가 스페이스 X 공모 배정을 위해 일부 매도했다면, 배정 이후 다시 한국 시장으로 돌아올 명분이 생깁니다. 6월 말 반기 리밸런싱 시점과 맞물리면 그 흐름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MSCI 선진지수 와치리스트 등재 가능성까지 겹칩니다. MSCI 선진지수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선정한 선진국 주식 시장 편입 기준으로, 여기 들어가면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자동으로 한국 주식을 사야 합니다. 현재 한국은 MSCI 신흥국 지수 내 시가총액 2위입니다. 1위는 중국입니다. 신흥국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올라가면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 규모가 달라집니다(출처: MSCI).
제가 직접 경험상 느낀 건, 시장이 기대감으로 움직일 때는 누구나 올라탈 수 있지만 실적 장세로 전환되는 구간에서는 종목 선별이 결정적입니다. 실제로 전력 기기 섹터에서도 LS ELECTRIC은 16% 급등했지만, 같은 날 스페이스 X 관련 테마주들은 10% 이상 빠졌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장, 극명하게 갈린 결과입니다.
이번 주는 금리 슈퍼위크이기도 합니다. 미국 연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신임 의장의 첫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유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어떤 워딩을 선택하는지, 점도표(연준 위원들이 향후 금리 수준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단기 변동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으로는 큰 방향은 이미 결정됐습니다.
종전은 끝이 아니라 다음 국면의 시작입니다. 기대감이 소멸된 자리를 실적이 채워가는 장세, 저는 그 흐름이 이미 시작됐다고 봅니다. 지금 시장에서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라 종목 선별입니다. 막내가 그때 물었던 것처럼, 전쟁의 끝을 기회로 볼 수 있느냐는 결국 버티는 힘과 판단의 문제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은 항상 본인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