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레버리지 ETF가 그냥 "수익을 두 배로 키워주는 도구"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내 직원이 연락해 왔던 그날, 삼성전자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27%를 찍으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위험한 도구는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방향이 맞아도 손해를 봅니다.

음의 복리, 레버리지 ETF가 조용히 원금을 갉아먹는 방식
2024년 여름이었습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팀 단톡방이 들썩였습니다. 막내가 링크를 올리면서 "팀장님, 이거 반도체 오를 때 두 배 먹을 수 있겠네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링크를 보면서 잠깐 생각했습니다. 출시 전인데도 기대감이 이미 가득했습니다.
저는 조용히 답했습니다. "두 배 오를 때 두 배 먹는 건 맞아. 근데 두 배 떨어지면?" 막내는 잠깐 침묵하다가 "반 토막 나는 거죠"라고 했습니다. 저는 거기서 한 마디를 더 얹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야. 반 토막 나서 원점을 회복하려면 두 배가 올라야 돼. 근데 레버리지는 매일 리셋되는 구조라서 횡보 구간에서도 조금씩 녹아."
여기서 음의 복리란, 레버리지 ETF가 매일 기준 지수 대비 일정 배율의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탓에,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횡보 구간에서도 원금이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10% 오른 뒤 10% 빠지면 원래로 돌아온 것 같지만, 레버리지 ETF는 그 구간에서 이미 손실이 누적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직접 계산해보지 않으면 감이 잘 안 옵니다.
레버리지 ETF에 대해 "2~3일 단타로 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단타로 수익을 내려면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데, 그 타이밍 맞추기가 개인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위험한 도구라면 원칙은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조를 완전히 이해한 사람만 쓰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쓰지 않는 것입니다.
레버리지 ETF를 장기 보유했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횡보 구간에서도 운용 보수와 음의 복리 효과로 원금이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 하락 시 손실 폭이 기초 자산의 두 배로 반영되어 회복에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 상승장에서도 진입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면 기대 수익을 대폭 하회할 수 있습니다.
그해 말, 삼성전자 급락 구간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27%를 넘어서던 날, 막내는 조용히 연락해 왔습니다. "팀장님 말씀이 맞았어요." 그 문자를 보면서 씁쓸했습니다. 제가 틀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주도주, 강세장에서 오르는 종목은 따로 있다
직접 겪어보니 강세장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합니다. 모두가 오를 것 같아도 실제로는 소수의 주도주만 움직입니다. 2020년 코로나 이후 장을 보셨다면 기억하실 겁니다.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으로 불리던 BBIG 섹터만 날아갔고 나머지는 제자리였습니다. 그보다 앞선 2000년대 초 중국 올림픽 기대로 달아올랐던 시절에는 조선주와 철강주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때 왕따 주식이었습니다.
이번 AI 사이클에서 주도주는 명확합니다. 데이터 센터(Data Center) 투자와 직결된 반도체, 그중에서도 HBM(High Bandwidth Memory) 수요를 직접 받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입니다. HBM이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초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도록 만든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엔비디아의 GPU 하나에 들어가는 HBM 용량이 늘어날수록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수혜는 직접적으로 커집니다.
수요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구글은 최근 채권 발행에 이어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면서 데이터 센터 확충 자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란 기업이 새 주식을 발행해 외부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 수가 늘어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이 이를 단행했다는 것은, 지금 데이터 센터 확보가 단기 주가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4대 빅테크(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금액은 합산 약 1,000조 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출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자료).
제가 이 흐름에서 주목한 지점은 투자 규모의 방향성입니다. 금리가 높은 시기에도 빚을 내서 투자를 이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라 구조적 필요에 의한 것입니다. 데이터 센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AI 서비스 자체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판단이 유지되는 한, 반도체 주도주의 사이클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밸런싱, 폭락장에서 갈아타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폭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폭락장이 오히려 주도주를 편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입니다. 강세장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를 싸게 살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이미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리밸런싱(Rebalancing)이란 보유 포트폴리오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종목이나 주도주가 아닌 종목을 정리하고, 사이클의 중심 종목으로 교체하는 작업입니다. 쉽게 말해, 폭락장에서 잘못 들고 있는 짐을 내리고 제대로 된 짐을 다시 드는 과정입니다. 이 시점을 놓치면 지수가 회복돼도 내 계좌는 그대로인 상황이 벌어집니다. 2024년 봄 폭락 이후 4~5월 반등장에서 삼성전자는 두 달 만에 두 배, 하이닉스는 2.5배 올랐지만, 코스닥 중소형주 대부분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지수가 회복되어도 내가 들고 있는 종목이 주도주가 아니면 소용없습니다.
ETF 쏠림 현상도 이 흐름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에 자금이 유입되면, 삼성전자·하이닉스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 두 종목에 매수세가 집중됩니다. 그 상승이 다시 ETF 수익률을 높이고, 다시 자금이 유입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ETF란 여러 종목을 묶어 하나의 상품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펀드입니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180조 원을 넘어섰으며,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이 대형주 위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제 경험상 폭락장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이 손실 종목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본전 생각에 버티다가 주도주의 반등을 구경만 하게 됩니다. 그게 강세장이 잔인한 이유입니다. 오르는 것만 오르고, 나머지는 제자리거나 더 빠집니다.
강세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실질적으로 확인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금 들고 있는 종목이 이번 사이클의 주도주인지 여부
- 주도주가 아니라면 폭락 구간에서 리밸런싱할 의지와 타이밍
- 레버리지 ETF를 보유 중이라면 음의 복리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
AI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구글이 주가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데이터 센터 자금을 확보하고, 금리 부담에도 빅테크 전체가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는 한, 이 흐름의 방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 흐름 안에서 어떤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지, 그 판단이 결과를 가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