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로 벌 수 있다"는 말에 끌려 레버리지 ETF에 큰돈을 넣었다가, 정작 그 상품이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구조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고객을 저는 올해만 해도 여러 분 만났습니다. 블랙록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투자의견을 3개월 만에 다시 비중 확대로 상향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국제결제은행(BIS)은 정반대의 경고를 내놨습니다. 이 엇갈린 신호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디레버리징이 만들어낸 기회, 블랙록은 왜 생각을 바꿨나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십니까. 실적이 분명히 좋은데 주가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 저는 고객 상담에서 이 패턴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원인을 파고들면 대부분 수급 왜곡, 그중에서도 과도한 레버리지가 문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블랙록은 지난 6월,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신용융자 잔고가 지나치게 불어났고, AI 관련 종목으로의 쏠림이 심각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여기서 신용융자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잔고가 크면 주가 하락 시 강제 청산(반대매매)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변동성이 폭발적으로 커집니다. 당시 시장은 실적과 무관하게 이 수급 충격에 흔들리고 있었고, 저도 고객들께 "지금은 펀더멘탈이 주가를 결정하는 시장이 아닙니다"라고 설명해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난 지금, 블랙록은 다시 비중 확대로 의견을 바꿨습니다(출처: 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 핵심 근거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입니다. 디레버리징이란 시장에 쌓여 있던 과도한 레버리지, 즉 빚을 이용한 투자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수급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서킷브레이커 발동과 반대매매 사태를 거치면서 시장에서 레버리지 잔고가 줄어들었고, 이제는 기업 실적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환경이 갖춰졌다는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저는 이 논리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불과 3개월 만에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뒤집은 이 속도감이 좀 걸립니다. 이런 대형 운용사의 투자의견도 이렇게 단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절대적 매수 신호가 아닌 참고 자료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블랙록 신흥시장 투자의견: 6월 중립 → 3개월 만에 비중 확대로 재상향
- 상향 근거: 신용융자 축소,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 반도체 실적 전망 개선
- 디레버리징 이후 주가가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판단
- 단, 의견 변화 주기가 짧다는 점은 맹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BIS 경고의 핵심, 레버리지 ETF가 만드는 악순환 구조
그렇다면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단순히 수익을 두 배로 만들어주는 상품일까요? 제가 2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오해받는 금융 상품이 바로 레버리지 ETF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초, 한 고객이 "조금만 올라도 두 배로 벌 수 있으니까요"라며 삼성전자 관련 레버리지 상품에 상당한 금액을 넣으셨습니다. 그분께 제가 처음으로 설명해 드린 것이 일별 재조정(Daily Rebalancing) 구조였습니다.
일별 재조정이란, 레버리지 ETF가 매일 장 마감 후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포지션을 자동으로 재조정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이 때문에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횡보장에서는 수익률이 목표 배율 이하로 떨어지고, 원금이 서서히 잠식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걸 흔히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 효과라고 부릅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보다 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출처: BIS Working Papers). BIS가 특별히 언급한 것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소수 종목에 집중된 파생상품의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파생상품이란 기초자산, 즉 원래 주식의 가격 변동에 연동해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 상품을 말합니다. 레버리지 ETF가 대표적입니다.
BIS가 우려한 구조는 이렇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리면 연동된 레버리지 ETF가 출렁이고, ETF의 출렁임이 다시 삼성전자 주가의 변동성을 증폭시킵니다. 이 상호 증폭 사이클이 반도체라는 단일 섹터에 집중된 한국 시장에서 유독 위험하다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올해 초 변동성 폭발 장세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들고 계셨던 고객들이 실제로 기초자산인 원주식 손실보다 훨씬 큰 충격을 받으셨는데, 이 구조가 그 배경에 있었습니다.
현재 인사청문회 등에서도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규제 강화가 외국인 투자자 신뢰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지금처럼 레버리지 관심이 줄어든 시점에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다음 레버리지 과열 사이클에서 시장 전체가 받을 충격을 미리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블랙록이 비중 확대로 올렸는데 지금 한국 주식 사도 될까요?
A. 블랙록의 의견 상향 자체는 디레버리징 이후 펀더멘탈 반영 환경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논리적 근거가 있습니다. 다만 이 의견이 불과 3개월 만에 중립에서 바뀐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독 매수 신호로 보기보다는 여러 지표 중 하나로 참고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기업 실적과 개별 종목의 수급 상황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레버리지 ETF가 원주식보다 더 위험한 이유가 뭔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일별 재조정(Daily Rebalancing) 구조 때문입니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횡보장에서는 레버리지 ETF의 실제 수익률이 목표 배율에 훨씬 못 미치고 원금이 잠식되는 변동성 끌림 효과가 발생합니다. 단방향으로 강하게 올라가는 장세가 아닐 경우 레버리지 ETF는 예상보다 훨씬 불리하게 작동한다는 점, 꼭 이해하고 계셔야 합니다.
Q. BIS가 한국 시장을 특별히 지목한 이유가 뭔가요?
A. 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소수 종목에 레버리지 파생상품이 극단적으로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파생상품 변동성을 키우고, 파생상품 변동성이 다시 기초자산을 흔드는 상호 증폭 사이클이 형성됩니다. 반도체 단일 섹터에 이 구조가 집중된 한국 시장의 특성을 BIS가 극단적 사례로 지목한 것입니다.
Q. 레버리지 ETF 규제가 강화되면 주가에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당국이 시장에 개입한다"는 신호로 읽어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구조적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펀더멘탈이 더 잘 반영되는 시장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규제의 구체적 형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실제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후속 발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블랙록의 낙관론과 BIS의 경고가 동시에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시장이 어떤 국면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디레버리징으로 수급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블랙록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지만,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위험은 그것과 별개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두 시각이 모순처럼 보이지만, 제가 20년 이상 실무에서 체감한 바로는 둘 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두 배 수익"이라는 말에만 집중하다가 일별 재조정과 변동성 끌림 효과를 놓치면 생각지 못한 손실로 이어집니다. 블랙록이 비중 확대를 외친다고 해도, BIS가 구조적 경고를 내놓은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제 경험상 권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한국 증시의 향방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