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반반씩 들고 있으면 서로 상쇄돼서 꽤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이 오르면 레버리지가 벌고, 내리면 인버스가 버텨주니까 손해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몇 달 뒤 계좌를 열어보니 시장은 제자리인데 제 돈만 야금야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야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횡보장에서 돈이 녹는 이유 — 변동성 감쇄
제가 처음 레버리지 ETF를 샀을 때만 해도, 이게 단순히 "지수의 두 배로 움직이는 상품"이라고만 이해했습니다. 오르면 두 배 먹고, 내리면 두 배 잃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로 들고 있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레버리지 ETF의 가장 치명적인 특성은 변동성 감쇄(Volatility Decay)입니다. 여기서 변동성 감쇄란, 시장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횡보 구간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이 단순히 "지수 × 2"보다 훨씬 낮게, 심지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수식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100에서 시작해 하루 5% 하락(레버리지 기준 -10%)하면 90이 됩니다. 다음 날 5% 반등(레버리지 기준 +10%)하면 90에서 10%를 더한 99가 됩니다. 지수는 제자리인데 계좌는 1이 줄었습니다. 이게 며칠, 몇 주 반복되면 손실이 꽤 쌓입니다.
제가 직접 몇 달을 들고 있어 보니 정확히 이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코스피는 딱히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구간이었는데, 레버리지와 인버스 두 상품 모두 각자 변동성 감쇄를 겪으면서 각각 손실을 냈습니다. 서로 상쇄되기는커녕 손실이 두 방향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였던 겁니다. 수수료도 일반 ETF보다 높게 부과되니, 오래 들고 있을수록 불리한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레버리지 ETF가 이런 특성을 갖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펀드 매니저들이 "매일 두 배 추종"이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시장이 오르면 추가로 매수하고, 내리면 추가로 매도하는 일일 리밸런싱(Daily Rebalancing)을 반복합니다. 일일 리밸런싱이란 ETF가 매 거래일 기준으로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유 자산을 조정하는 작업입니다. 이 보정 과정 자체가 횡보장에서 손실을 키우는 원인이 됩니다. 파생상품(선물, 옵션 등)을 활용해 두 배 또는 세 배의 수익률을 만들어내는 구조라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렇다면 레버리지 상품이 전혀 쓸모없는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한 방향으로 쭉 올라가는 자산이라면 레버리지 수익률은 단순 2배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습니다. 100에서 10%, 또 10% 연속 오르면 121이 되는데 이건 단순히 20%를 더한 120보다 1이 더 많습니다. 복리 효과가 레버리지 방향으로 작동하는 겁니다. 다만 장기 우상향이 보장된 자산은 없고, 상승 중에도 반드시 조정 구간이 끼어들기 때문에 그 구간에서 변동성 감쇄가 누적됩니다.
- 레버리지 ETF는 매일 두 배 추종을 목표로 하며, 장기 수익률은 "지수 × 2"와 다르다
- 횡보 구간에서는 변동성 감쇄로 인해 지수가 제자리여도 계좌 잔고가 줄어든다
-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동시에 보유해도 상쇄 효과는 없고, 수수료와 변동성 감쇄가 양쪽에서 각각 발생한다
- 일반 ETF 대비 총보수(수수료)가 높아 장기 보유에 불리하다 (출처: 한국거래소 KRX)
레버리지를 사게 만드는 투자 심리 — 기댓값의 함정
제가 처음 레버리지 상품에 손을 댔던 이유를 돌이켜보면, 딱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정도 여윳돈은 있었는데도, "같은 돈으로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지수 ETF로 5% 먹는 것보다 레버리지로 10% 먹는 그림이 훨씬 매력적으로 보였거든요. 그게 전형적인 함정이었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걸 결괏값결괏값 편향(Outcome Bias)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괏값 편향이란,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때 확률보다 기대되는 결과의 크기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10% 확률로 100만 원을 받는 게임(기댓값 10만 원)과 0.1% 확률로 1억 원을 받는 게임(기댓값 역시 10만 원)이 있을 때, 사람들 대부분은 두 번째를 선택합니다. 기댓값은 같은 데도요. 레버리지 투자가 바로 그 심리를 자극합니다. "이 돈으로 두 배, 세 배를 벌 수 있다"는 결과 그림이 확률과 구조를 분석하는 이성을 눌러버리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강력한 편향입니다. 코스피가 오르는 장에서 지수 ETF를 들고 있으면 "레버리지를 샀으면 두 배는 먹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자꾸 밀려오거든요. 그 후회가 쌓이면 결국 레버리지로 손을 뻗게 됩니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대개 시장이 이미 많이 오른 뒤, 즉 가장 위험한 시점입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교육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 상당수가 단기 매매 목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실제 보유 기간은 수개월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단기에 방향성이 맞으면 수익을 내지만, 확신이 없는 채로 장기 보유하면 변동성 감쇄와 수수료가 누적돼 결국 손해를 보는 패턴입니다. 저도 그 패턴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그렇다면 레버리지 상품이 아예 나쁘기만 한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적절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것, 보유 기간이 비교적 짧을 것, 그리고 레버리지 상품에 투입하는 금액이 전체 자산의 일부에 그칠 것.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레버리지는 수익을 두 배로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손실을 두 배로 키우는 도구가 됩니다. 제가 그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레버리지 ETF를 장기 보유하면 왜 손해인가요?
A. 레버리지 ETF는 매일 목표 배수를 맞추기 위해 일일 리밸런싱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횡보 구간이 반복되면 변동성 감쇄가 누적되어 지수가 제자리여도 계좌 잔고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수수료도 일반 ETF보다 높아 장기 보유할수록 불리해집니다. 제가 직접 몇 달을 들고 있어보니 그 손실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쌓였습니다.
Q. 레버리지와 인버스를 반반씩 사면 헤지가 되지 않나요?
A.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헤지가 되지 않습니다. 두 상품 각각이 독립적으로 변동성 감쇄를 겪기 때문에 시장이 횡보하는 동안 양쪽 모두 손실이 납니다. 수수료도 두 상품에서 별도로 부과되므로, 오히려 손실이 두 배로 빠르게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Q. 코스피 레버리지 ETF와 곱버스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코스피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 지수가 오를 때 두 배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고, 곱버스(인버스 2배 ETF)는 반대로 코스피 지수가 내릴 때 두 배의 수익을 추구합니다. 쉽게 말해 레버리지는 상승에 거는 것, 곱버스는 하락에 거는 것입니다. 둘 다 방향성이 틀리면 손실도 두 배가 됩니다.
Q. 레버리지 ETF를 쓸 만한 경우는 언제인가요?
A.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있고, 보유 기간이 비교적 짧을 때 단기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가장 적합합니다. 장기적으로 한 방향으로 강하게 상승하는 자산이라면 레버리지 수익률이 단순 2배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지만, 그런 확신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확신이 없으면 그냥 원래 지수나 종목을 그대로 들고 있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결론
레버리지 상품 때문에 손해를 보고 나서 가장 크게 든 생각은, "그때 그 돈으로 그냥 지수 ETF를 2배로 샀으면 됐었다"는 겁니다. 100만 원에 레버리지 ETF를 사는 것과 200만 원에 일반 ETF를 사는 것은 결과적으로 같은 노출이지만, 전자는 변동성 감쇄와 높은 수수료라는 비용을 추가로 치릅니다. 그 비용이 작아 보여도 시간이 쌓이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레버리지 상품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레버리지는 나쁜 도구가 아닙니다. 다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들고 있으면, 아무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계좌만 조용히 녹아내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수업료를 저렴하게 치른 게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