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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투자 (마진콜, 해자, 버크셔해서웨이)

by 신연금연구 2026. 9. 2.

2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많이 목격한 장면은 실력 있는 투자자가 레버리지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근 워런 버핏의 절친한 지인이자 직접 투자 철학을 전수받은 투자자의 인터뷰를 보다가, 오래전 상담했던 한 고객이 떠올라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경제적 해자와 장기 가치투자 철학을 표현한 성(城)과 해자, 우상향 수익 곡선 일러스트
경제적 해자와 장기 가치투자 철학을 표현한 성(城)과 해자, 우상향 수익 곡선 일러스트

마진콜, 제가 직접 본 그 순간

그분은 성실한 분이었습니다.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은퇴 자금 일부를 신용거래로 주식에 투자하셨죠. 처음 몇 달은 수익도 났습니다. 그런데 급락장이 왔고, 마진콜(Margin Call)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서 마진콜이란 투자자가 빌린 돈으로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는 절차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팔고 싶지 않아도 시스템이 강제로 팔아버리는 겁니다.

그분은 원금의 상당 부분을 그 한 번의 하락장에서 잃었습니다. 제가 그 연락을 받았을 때 이미 청산은 끝난 뒤였고, 저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게 20년 넘게 일하면서 가장 무력하게 느껴졌던 순간 중 하나입니다.

이 인터뷰에서 소개된 일화가 그 기억을 다시 꺼냈습니다. 워런 버핏의 동료였던 릭(Rick)이라는 인물 이야기입니다. 버핏과 찰리 멍거는 부자가 될 거라는 걸 알았고 서두르지 않았지만, 릭은 서둘렀습니다. 레버리지(Leverage)를 썼죠. 레버리지란 자기 자본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수익이 날 때는 수익이 증폭되지만 손실이 날 때는 손실도 함께 증폭됩니다. 1973~74년 하락장에서 릭은 마진콜을 당했고, 결국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주당 40달러에 팔아야 했습니다. 그 주식은 현재 주당 70만 달러가 넘습니다.

제가 이 일화를 읽으며 느낀 건, 릭이 투자를 못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버크셔라는 훌륭한 자산을 알아봤습니다. 단지 레버리지가 그 선택의 결과를 빼앗아간 것이죠.

  • 레버리지는 수익과 손실을 동시에 증폭시킨다
  • 마진콜은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청산을 유발한다
  • 좋은 자산을 골라도 레버리지가 있으면 하락장에서 끝날 수 있다
  • 버핏과 멍거는 "서두르지 않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요약: 레버리지는 좋은 투자자도 단 한 번의 하락장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변수다.

 

해자가 있는 기업을 어떻게 알아보나

이 인터뷰에서 제가 두 번째로 무릎을 쳤던 부분은 해자(Moat) 이야기였습니다. 해자란 중세 성 주변을 둘러싼 물길처럼, 경쟁자가 쉽게 넘어오지 못하도록 기업을 보호하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의미합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마스터카드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처럼 한 번 구축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해자가 있는 기업은 대부분 시장에서 이미 충분히 또는 과도하게 평가받는다는 점입니다. 마스터카드가 훌륭하다는 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다 압니다. 그래서 가격이 이미 높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늘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좋은 기업"과 "좋은 투자 대상"은 같지 않습니다.

인터뷰에서 소개된 터키 사례가 흥미로웠습니다. 통화 불안과 인플레이션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시장에서, 아마존·이케아·까르푸에 창고를 임대하는 터키 최대 물류 창고 업체를 발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이 기업의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 — 부채를 뺀 실질 자산 가치)는 8억 달러에 달했지만 시가총액은 1,50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 시가총액은 18억 달러입니다. 7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출처: Yahoo Finance).

제 경험상 이런 기회는 시장이 특정 국가나 섹터 전체를 외면할 때 나타납니다. 공포가 가격에 반영되는 순간, 해자 있는 기업의 가치는 잠시 가려지는 것뿐이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워런 버핏이 1964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가가 폭락했을 때 직접 고급 레스토랑을 돌며 카드를 여전히 받는지 확인하고 펀드 자산의 40%를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기 자본이익률(ROE, Return on Equity — 투자한 자본 대비 얼마를 벌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이 30%를 넘기는 기업은 금융권에서도 드뭅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그걸 해냈고, 버핏은 그 해자의 본질을 알아봤기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요약: 해자 있는 기업이 일시적 공포로 저평가될 때가 진짜 기회이며, 그 해자의 본질을 스스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덱스처럼 사라는 조언의 의미

이 인터뷰에서 한국 투자자에게 직접 건넨 조언 중 가장 현실적이었던 건 "코스피 대신 버크셔 해서웨이 B주를 인덱스처럼 사라"는 말이었습니다. 처음 들으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코스피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담겨 있습니다. 코스피는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비중이 지수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입니다. 인덱스 펀드(Index Fund —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분산투자 상품)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코스피를 샀다가, 실제로는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 베팅하는 셈이 되는 역설이죠.

버크셔 해서웨이가 인덱스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수십 개의 사업체와 주식 포트폴리오, 그리고 막대한 현금이 함께 묶여 있는 구조 때문입니다. 단순한 한 종목이 아니라, 사실상 가치주 중심의 분산 포트폴리오에 가깝습니다. 물론 저는 단일 기업이라는 점에서 완전한 인덱스 분산 효과와는 다르다는 한계도 인정합니다. 버크셔도 결국 개별 기업 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S&P 500에 대한 전망도 흥미로웠습니다. 역사적으로 S&P 500은 지난 100년간 연평균 9%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출처: S&P Dow Jones Indices), 1965~1982년, 1999~2010년처럼 17년, 11년씩 제자리걸음을 한 시기가 반복해서 있었습니다. 지금이 또 하나의 긴 정체기 입구일 수 있다는 시각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시나리오이지 확정된 예측은 아닙니다. 그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었습니다.

제가 고객들께 늘 드리는 첫 번째 조언도 여기서 소개된 것과 비슷합니다. 본인이 직접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부터 보라는 겁니다. 분기 보고서보다 본인의 소비 경험이 더 솔직한 신호일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초창기부터 보유하다 중간에 겁먹고 매도해서 큰 상승분을 통째로 놓친 고객들을 여러 번 봐왔습니다. 좋은 기업을 너무 일찍 파는 실수는, 레버리지 다음으로 제가 가장 많이 목격한 패턴입니다.

요약: 코스피의 반도체 쏠림 구조를 감안하면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덱스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은 함께 인식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레버리지 투자가 무조건 나쁜 건가요?

A. 레버리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하락장에서 버틸 수 없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피해 사례는 대부분 "조금만 오르면 갚겠다"고 생각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시장은 내가 버틸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래 불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Q. 버크셔 해서웨이 B주가 인덱스 펀드와 다른 점이 뭔가요?

A. 인덱스 펀드는 수십~수백 개 종목에 자동으로 분산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결국 하나의 기업입니다. 다양한 사업체와 주식을 내부에 보유하고 있어 분산 효과가 어느 정도 있지만, 완전한 인덱스 분산과는 다릅니다. 버핏 이후의 경영 승계 리스크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Q. 해자가 있는 기업인지 초보자가 어떻게 판단하나요?

A. 제가 처음 권하는 방법은 "이 회사가 없어지면 내 생활에 불편함이 생기는가"를 스스로 물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경쟁사가 같은 제품을 내놨을 때 내가 바꿀 의향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두 질문에 "아니오"가 나온다면 해자의 출발점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S&P 500 장기 정체기가 실제로 반복된다는 근거가 있나요?

A. 1965~1982년과 1999~2010년의 두 번의 장기 횡보 사례가 역사적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이것이 앞으로도 반드시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과거 패턴에 근거한 하나의 시나리오로 참고하되, 단정적인 예측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이 인터뷰를 보면서 제가 20년 넘게 현장에서 쌓아온 생각들이 거의 겹쳐 보였습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과 무너지는 사람을 가르는 건 대단한 통찰이 아니라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것, 확신 있는 종목을 너무 일찍 팔지 않는 것, 이 두 가지였습니다.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지켜지지 않는 원칙들입니다.

투자를 막 시작했거나 다시 정리하고 싶은 분이라면, 거창한 전략보다 이 두 가지를 먼저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고, 이 인터뷰 덕분에 오래전 고객분이 떠올라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됐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p8IkvTy9GM